Rexism : 렉시즘
문득 [오빠밴드] 이야기. 본문
[일밤]이 시청률 탈환(?)을 위하여 부진 MC와 2인자 MC를 한데 모아 [MC생태보고서 대망]을 잠시 꾸린 적이 있었다. 결과는 대실패였고 이 실패는 이어 마련한 [퀴즈 프린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개나라당 대표가 출연해서 장관을 이룬 적도 있었다.) 결국 이 포맷은 몸통을 둘로 나눈 채 김용만이 중심이 된 [몸몸몸(좋은몸/나쁜몸/이상한몸)]과 신동엽과 탁재훈이 중심이 된 [오빠밴드]로 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몸몸모]이 [경제야 놀자]의 후속편 분위기를 띄고 있는 반면 - 당신은 당신의 몸/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투의 위기조장 분위기 성우 나래이션 -, [오빠밴드]는 [무한도전]과 [라인업] 등에서 보여준 '중년' 남자 연예인들의 미션 수행기에 가깝다. 이 미션 수행기가 아주 안타까울 정도로 치닫지 않는 것은 그나마 몇몇 출연진들이 '음악과 악기 연주'라는 영역에 어느정도 전공상 발을 걸친 전력이 있다는 점인데, 덕분에 [무한도전]의 '모베러블루스' 연주보다는 견딜만한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
게중 가장 비전공 영역에 있는 신동엽의 베이스 연주 분투기는 쏠쏠한 재미와 감흥을 주고 있으며, 탁재훈이 가진 불안한 포지션과 '하모니카 연주 신공' 역시 웃음을 준다. 일부 라디오 게스트 영역에서 악담과 자신감을 과시한 유영석의 예능 TV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붐 조성용 별명 '유마에'는 다소 듣기에 부담스럽기는 하다. SM엔터 진영에서 보내준 젊은 연예인들에 대해선 그다지 할 말은 없다. 그래도 기타를 맡고 있는 친구가 모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만능 연주인'이라고 자막이 깔리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하는데, 알아서 일단 다행이다.
[오빠밴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 글쎄. [일밤]의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책임지기엔 여전히 이 포맷은 결정적인 면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다만 매니아들을 양산할 가능성은 크다. 아마 그 매니아들은 시청률이 이유가 되어 종방되던간에, 아니면 멤버들이 예능의 흥미를 위해 대거 교체가 된다면 상당히 슬퍼할 것이다. 지금 당장 주변을 돌아보면 그 누구도 락 밴드가 좋고, 연주 듣는게 좋다는 인간들이 없지만 신기하게도 저런 밴드 결성 과정을 좋아하고 뭉클해하는 부류들이 있다.
밴드로서의 [오빠밴드]는 어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보컬 박현빈은 진작에 하차한 것 같다. 여기까지는 다행인 편인데 이어서 게스트로 보컬을 맡은 (쥬얼리의)서인영과 (소녀시대의)티파니 등은 일종의 시청률을 잡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밴드의 결성과 성장을 통해 '반토막짜리' 리얼리티의 포맷 안에서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서라면 좀더 견고하고 믿을만한 라인업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뭐 궁극적인 목적은 예능 안에서의 안정적인 브랜드 안착이고, 행사 참여를 통한 대중친화적 이미지니까 큰 상관은 없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MBC는 [게릴라 콘서트]의 전력 덕에 이미 감동조장용 화면을 만드는데 이력이 난 곳 아닌가. 이쯤되면 [오빠밴드]의 최종화가 미리 예상되기도 한다.
[오빠밴드]는 당연히 '인간극장'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오락프로이다. 밴드 결성과 발전이라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도 여전히 '한국 특유의 락 밴드를 바라보는 희화화의 시선'이 존재하며 - 덕분에 기타리스트 김도균을 보게 된 것을 감사해야할까 -, 한 해의 기억될만한 근사한 락/헤비니스 앨범을 만드는 상당수의 뮤지션들이 대개는 '투잡'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면 묘하게 씁쓸해진다. 오전부터 오후 내내 포토샵 만지다가 퇴근해서 앨범 만들자고 결심하고 합주하다가 늦은 밤 들어가는 진짜 뮤지션들 '오빠'는 누가 그 사연을 알아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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