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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N.EX.T) 『666 Trilogy Part I 』: 무엇이 그대의 진심인가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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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N.EX.T) 『666 Trilogy Part I 』: 무엇이 그대의 진심인가요.

trex 2008. 12. 12. 21:59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6872

넥스트(N.EX.T) 『666 Trilogy Part I 』
포이보스 / 08년 12월 발매
 

01. Eternal winter suite : part I The last knights
02. The Empire of Hatred (증오의 제국)
03. 개판 5분전 만취 공중 해적단 part II(Totally screwed up Drunken Aero-Pirates)
04. Dance United
05. Cyber Budha Company LTD. 


신해철, 또는 넥스트에게 있어 의욕찬 더블 앨범 프로젝트 『개한민국』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후 4년만의 (1/3 상태의)정규작이다. 그동안 밴드는 옛 멤버들로 다시 구성된 『ReGame』과 2006년 월드컵 퍼포먼스였던 『Go For The Final』로 넥스트와 신해철의 이력 자체를 리메이크하며 시간을 벌었다. 새로 의기투합한 옛 멤버와의 호흡과 밴드의 새로운 전성기를 위한 암중모색이었지만 이 또한 여의치 못했다. 한 밴드 내에선 결국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던)두 스트라이커는 공존하지 못했으며, 데빈의 탈퇴로 '비트겐슈타인'과 『개한민국』이라는 이력은 신해철의 디스코그래피 전체에서 이렇게 증발되는가 싶었다. 물론 이 사이에는 신해철 개인의 『The Songs For The One』이라는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이 앨범이 훗날 신해철 전체의 이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현재로서는 이 앨범과 근친성을 띈 앨범을 이전에도, 이후의 (예고된)프로젝트에서도 찾아볼 순 없다.


'666 프로젝트'는 심지어 『The Songs For The One』보다도 일찌기 예고되었던 앨범이었다. 그러던 것이 년도를 한두해 넘기면서 결국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올드)팬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반갑지 않았던 베스트반 『Remembrance』까지 그 사이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666'은 결국 3부작이라는 명칭으로 호명되어 총 런닝타임 100여분에 달하며, 내년에 두 차례 이어서 발매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설명이다. 이 설명에 대해 굳은 믿음을 가지던말던 이것은 (올드)팬으로 하여금 예전 기억을 상기시킨다. 'The Return of N·EX·T' 라는 제명으로 넥스트의 앨범이 2부작(또는 3부작)으로 발매된다는 호기로운 계획들, '그때가 좋았지...'라는 되새김은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락 밴드와 팬들의 황금 시대가 있었다. 물론 이건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666 Trilogy Part Ⅰ 』은 호기롭고 당찬 새로운 출사표는 아니다. 이건 모색이자 여전히 신해철의 디스코그래피가 이전의 이력과 (단단한)고리를 지닌 상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물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앨범 『A Man's Life - Featuring 신해철』이 이전까지의 신해철의 '밴드 사운드'와 『세기말』사운드트랙 사이에 존재하였다면, 다시 『개한민국』은 넥스트로서의 이력과 『A Man's Life - Featuring 신해철』사이에 존재하는 특징적인 앨범이 되었다. 다시 『666 Trilogy Part Ⅰ 』에서 환기되는 것은 『개한민국』에서 이어지는 어떤 연장선의 감각이다. 이로 인해 신해철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비트겐슈타인'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밴드는 그들의 에고를 '개판 5분전 공중 해적단'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들은 청소년 범죄조직이며 우주 최악의 괴물용인 '불법 다운로드'을 잡기 위해 남아있는 최후의 전사들이며 이윽고 의분하여 출발한다. 이들에 대한 넘버 「Eternal winter suite : part I The last knights」은 소싯적 넘버 「인형의 기사 Part I」같이 위기를 조성하는 키보드음에 실려 앨범의 포문을 연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두가지 인상이다. 이 곡의 내용은 흡사 『A Man's Life - Featuring 신해철』의 부클릿에 실렸던 신해철의 쌩쓰 노트의 'MP3 다운받는 분들과 그 파일 올려받은 씹새끼들'에 대한 경고장과 같으며, 『A Man's Life - Featuring 신해철』에 등장했던 '웃기는 전자가극단'의 재래 같다는 인상이다. '웃기는 전자가극단'이 '극장 비트겐슈타인'에서 수컷들의 허위와 허울을 벗기기 위한 조롱쇼로 일관했다면, '개판 5분전 공중 해적단'은 뭔가 목표를 상실한 채로 그저 질주한다. 3번 트랙 「개판 5분전 만취 공중 해적단 part II(Totally screwed up Drunken Aero-Pirates)」에서 그들은 수컷들의 허위를 비웃던 예전의 모습보다 오히려 더욱 굳건한 마초 같으며,(곡 말미에 여성의 목소릴 흉내내는 남자의 보이스에 '못 생긴게'라는 말을 뱉으며 따귀 효과음을 연상케하는 사운드를 배치한다) 곡 자체가 전형적인 '메탈 형님'들의 질주하는 사운드를 추수한다.


앨범 곳곳에 새겨있는 비트겐슈타인식 조롱과 희화화의 흔적 덕분에 곡 말미를 깔끔한 마무리를 짓기보다는 '육개장', '에이~씨~'라는 신해철 자신의 목소릴 넣음으로써 곡 자체가 지진 심각함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효과를 노리는 듯 하다. 물론 이 대목에서 가사의 사회성과 사운드의 몰입도를 중시하는 청자들이 느낄 반감도 익히 예상된다. 예컨대 비트겐슈타인 시절에선 곡 인트로로 기능했던 이 조롱과 희화화가 『개한민국』에서부터 슬슬 「남태평양」같은 넘버들의 말미에 멤버간의 다이얼로그 등으로 곡 전체의 인상을 규정하는데 일조를 하는 셈이다. 이 심각해질 찰나를 '단속'하는 장치가 다음 시리즈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과연 진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가사 전달이 치명적이게 잘 안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2번 트랙 「The Empire of Hatred (증오의 제국)」에서 보여지는 밴드 사운드와 일렉트로니카의 교합은 볼만한 광경이다. 꽤나 절묘하게 균형이 맞춰져 있는데, 곡의 진행될수록 마무리가 『세기말』사운드트랙과 「수컷의 몰락 part I」에서 묘사하던 '교회십자가'와 '수컷'들의 '신음소리'로 가득찬 '서울'의 아득한 밤과 닮아있다. 가사로 보자면 「아! 개한민국」의 '가난은 원하든 원치 않든 대를 이어 상속이 되며 / 무차별의 증오와 적개심은 자기를 뺀 모두에게 향한다'에서 보여준 직설법의 연장선이다.


2번 트랙이 그랬듯 4번 트랙 역시 가사와 감각으로 보자면 「R.U Ready」의 두번째 버전이거나 신해철 솔로의 「그 들 만의 세상 Part I~III」의 넥스트식 버전이라 하겠다. 또한 5번 트랙은 자연스레 「예수 일병 구하기」가사의 연장선이자, 넥스트식 대곡 지향성에 대한 셀프 유머라 하겠고. 5곡들이 개개별로 가지고 있는 전작들과의 근친성은 게으르게 보이기 보다는 흥미롭게 보인다. 이 흥미로움을 담은 호의의 시선엔 사실 '전작보다 개선된 사운드'가 그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공연지향성' 사운드 덕에 가사 전달면에서는 여전히 빈축을 얻을 수 밖에 없으며, 3부작의 1부라는 점에서 본작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일단 유보'라는 게으른 평가를 내리게 된다. 일종의 '시간 벌기'가 된 셈이지만 넥스트는 비단 평단뿐만 아니라 '믿고 지켜본다'는 팬덤에게 5인조가 가진 밴드로서의 결속력을 증명해야 하며, 이는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1부에 그친 취객들의 장황설'에만 비칠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2부와 3부에서 밴드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과 신해철-김세황 체제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전망은 밝지 않다. [081212]


* 크레디트 *


- 넥스트 are
신해철 : 보컬
김세황 : 기타
지현수 : 키보드, 오케스트레이션
제이드 : 베이스, 컴퓨터 오퍼레이션
김단 : 드럼, 퍼커션


- Produced By 신해철
- Recorded By 조상현 at AIM스튜디오, MOL 스튜디오
- Mixed By 신해철
- Mastered By Tatsuya Sato of Sterling Sound in NY.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