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시와 『소요(逍遙)』- 진솔함과 관대함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시와 『소요(逍遙)』- 진솔함과 관대함

trex 2010. 3. 29. 14:34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1306


시와 『소요(逍遙)』
사운드 니에바 / 2010년 02월 발매

 
01. 작은 씨
02. dream
03. 랄랄라
04.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05. 너의 귀에는 들리지 않아
06. 잘 가, 봄
07. 하늘공원
08.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때
09. 화양연화
10. american alley
11. 굿나잇
12.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guitar ver. - 초도한정 Bonus Track)


-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어째 좀 궁상스럽다 싶은 자신의 행동이 있다. 평안히 가신 법정 스님의 소식을 듣고 시와의 첫 EP에 있는 「길상사에서」를 새삼 재생해서 들었다. 핸드폰 액정 안에 한성대입구가 여기서 얼마나 거리가 되는가 재어보기도 했고, 이런 강박적 컨셉은 좀 버려도 될텐데라고 자신에게 곱씹기도 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얼굴의 화끈함, 그런 기분을 새삼 느꼈다. 노래의 진솔함 앞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발걸음 옮긴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발걸음에 맞는 선율을 직접 만든 이가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진솔함.


- 부쩍 흔해진 표현, '쩔어', '죽여'와 조금 다른 영역에 있는 좋은 목소리와 앨범. 정규 앨범에서도 여전히 기본 정조는 지켜지고 있으되, 보다 알차졌다.(저미는 첼로음과 소박한 오리카나 연주 등이 가세한 것을 두고, 풍부해졌다고 표현하는 것보단 알차졌다고 말하는게 나을 듯 하다.) 당장에 떠올릴 수 있는 근간의 어떤 유행적 분위기 - 홍대, 기타, 여성 -는 물론이거니와, 어째 90년대 전후의 캠퍼스 음악의 목소리와도 닮은 듯한 그녀의 목소리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시와의 무언가가 있다. 깊은 곡절을 담은 듯 절실히, 그러나 벅차지 않게 투명하고 담담하게 뱉는. 아마도 그것이 연상 작용이나 연관 관계를 물리치게 하는 정서적 버팀목 이랄까나.


- 앨범에 대한 기대 심리는 사실상 선례이자 성공사례(?)였던 오지은에 이은 사운드니에바의 2번째 정규반이라는 것도 있었다. 당연히 시와는 'Post-오지은'이 아니다. 서로간이 음악적(으로 격려하는)동료라는 사실 외에는, 가사나 표현 방식에 있어서의 근친성은 희박하다. 본작이 레퍼런스로 삼은 것이 앨범 『지은』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는 앞선 글 http://cafe.naver.com/musicy/11238이 지적한 '작은'이라는 키워드에 역시나 공감을 표한다. 오지은의 「작은 방」, 「작은 자유」과 시와의 「작은 씨」,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는 어쩌면 사운드니에바가 공유하는 정서를 보여주는 우연찮은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작지만 좋은 울림, 두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제각각의 섬세한 결로 일상과 관계를 채취하며 대화를 건넨다.


- 맑은 하늘, 따스해진 볕이 본 앨범에 대한 재청을 서두르게 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제법 바삭해진 풀밭도 밟고 싶은데 아무튼「하늘공원」의 하늘공원은 내가 알고 있는 '상암의' 그 하늘공원은 아니란다. 아쉽게 됐다. 다른 방도를 마련해보는 수 밖에. 무슨 방도를 마련하던간에 본작이 좋은 동지가 될 듯 싶다. 될 수 있다면 이 앨범에 맞는 장소를 찾아보겠다. 이 또한 강박적인 컨셉 놀이인가 싶지만, 그래도 봄은 관대하리라. 그만큼 잠시니까.


[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