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11/03 (2)
Rexism : 렉시즘
[집의 시간들]은 독립잡지 계열에서도 여러 도서를 낸, ‘서울 서민’들에게 의미깊게 다가온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스토리를 담고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재건축이라는 일 자체보다 이곳에 길게 또는 잠시라도 연을 맺었던 주민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담았다 남기고 가는 여러 마음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들려준다. 즉 여기서는 보상금과 이사라는 스트레스 쌓이는 진통, 경제적 가치와 정서의 상관관계들이 끼여들지 않는다. 각각의 톤은 다르지만 둔촌주공으로 대표되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특이성, 성장과 삶의 변화를 경험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특별함이 이곳을 빌어 토로한다. 특히나 인터뷰 대상자들의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만 들리는 여러 사연과 멀리 잡힌 아파트 전반의 스케치는 차분하게 울림을 준다. 드높은 나무 숲으로 유..
[오목소녀]의 전반부를 나눠서 옥수수 서비스에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백승화 감독의 문체랄까 그런걸 캐치한 듯하다. 굉장히 전형적인 스포츠-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르는 듯하면서, 싱거운 유머와 승리가 능사가 아닌 패자들의 씩씩한 삶을 응원하는 귀결. 방바닥에서 만화 단행본 제법 읽은 톤이 느껴지는 작품이랄까. 이런 문체의 사촌에 속할 법한 [족구왕]의 안재홍이 안 그래도 목소리 출연을 했다. 심은경의 집에서 키우는 소의 목소리다(...) 여기에 백승화 감독의 엉뚱한 배치가 인상적인데, 소를 맡은 안재홍의 목소리는 작품 내내 해설을 담당하고 주인공인 심은경은 이 소가 수컷임에도 임신하리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이런 근본없는 설정은 작품의 해피엔딩으로 이 수컷 소가 새끼를 낳는 결과를 제시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