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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네이버 웹툰 [지옥](연상호 x 최규석)을 볼 때도 느꼈지만, 연상호의 한국(인)에 대한 진한 회의의 감정은 한결같다고 생각했다. [반도] 안에서 황 중사가 생존자를 대하는 잔혹함은 좀비를 대하는 생존자의 것보다 더 진하고 노골적인데, 이게 감독이 그 회의감의 결과로 보였다. 그런 황 중사와 일당에 대한 응징의 방법 역시 가차 없다는 것 역시 이 감정의 연상선이라고 본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숨통을 설정상 단 하루 만에 끊어버린 것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를 대하는 대중을 위한 배려는 전편보다 더욱 밀도 깊은 휴머니즘 덧칠로 매듭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라면 이런 내 취향 바깥의 이런 결말도 전작 [부산행]의 아기용품 광고 같은 장면보단 견딜만했다는 것이다. 다만 딱 2초- 2초! 씩만 ..
그러니까 제일 이상한 것은 윤종빈이 [군도]를 진지하게 대한 것은 아닌거 같다는 점이다. 민중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방패'로 현재의 정국을 묘사하는 듯도 하지만, 그게 목표는 당연히 아니었던거 같고 수없이 날아다니는 기러기 CG들을 보면 저예산 프로젝트도 아니었다. 저예산 프로젝트는커녕 장면마다 인상적인 칼군무를 보여주려 애쓴 제법 대형 활극인 셈이다. 혹자들이 말하는 타란티노 풍 분위기도 아니다. 고작 상투를 자르는 장면을 두고 그런 이야길 한다면 차용이라기 보다는 그냥 우직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의 유사점 정도 밖에 없고, 무엇보다 [군도]에는 타란티노 영화 같은 집요함이나 침 삼킴을 낳는 오금저리는 연출도 없다. 너무 넘쳐서 탈인 재치부족의 나래이션과 몇몇 부분의 지루함이 전작과 비교해 좀 ..
강동원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몇몇 장면이 있다.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때 서늘한 눈빛으로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섬뜩한 청년. 잘 빚은 인간이다. 송강호야 말할 나위가 없고. 궁시렁거리는 대사 처리를 하면서 명확하게 잘 들리는 발성을 지닌 배우가 송강호 말고 누구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영화는 영화다]를 케이블로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묵음으로 봤다. 묵음으로 보니 대사 잠시 치고 주먹질 하고 대사 잠시 치고 주먹질 또 하고... 그런 구조였는데, 그래도 묵직한 구조가 있겠지려니 했다. 아무튼 장훈 감독은 좋겠다. 이 정도라면 3번째 장편을 찍는데는 거의 아무 무리가 없지 싶다. 특히 이 영화는 초반부가 꽤나 좋다. 이런 호흡이라면 다음 영화도 기대된다. 이념과 분단이라는 배경은 사실 영화를 무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