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 (3)
Rexism : 렉시즘
밀양에서 이창동의 [밀양] 마지막 장면. 누추한 인간의 바닥 위에 조성된 작은 화단과 그 위를 내리쬐는 햇살을 보여준다. 밀양은 그 단어 자체로 은밀한 볕을 뜻하는데, 그 언어의 힘만으로 한 여인의 망가진 육신을 말없이 보듬어 안는다. 신성함의 경지이면서도 거기까지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선, 자리매김으로서의 권능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은 탄식을 낳았는데 나는 21세기 들어서 이창동에 의해 ‘문예영화’가 재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오아시스]로 인한 ‘개인적인 마음 상함’은 이로써 풀어지게 되었고, 그의 행보는 내 감정과 처지와는 상관없이 묵묵히 [시]로 이어져 하나의 경지를 낳았다. 지방도시 밀양은 은밀한 볕이 내리쬐는 죄 사함의 지리적 배경이 되었지만, 정말 훗날 밀양은 여중생 사건에 인해 ..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원 창작자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검고 물컹이는 강물이 나즈막히 흐른다. 우리는, 아니 나는 그걸 어디서 본 듯 하다.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에서 그 위에 수많은 주검을 싣은 채 무심히 흐르게 하였고, 봉준호는 [괴물]에서 괴물의 성장기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창동 역시 그 흐르는 강물 위에 처연하게 무언가를 싣어 나른다. 그리고 묻는다. 이제 다 된거냐고. 이렇게 다 해결이 된거냐고. 부동산 남자는 잇속이 서린 밝은 표정으로 잘 해결이 될거라고 말한다. 이창동이 그려내는 세상은 점점 무서워져 간다. [오아시스]엔 코끼리와 인도 무희가 난데없이 거실에 들어서는 환타지라도 있었고, [밀양]엔 누추하게 흐르는 가늘디 가는 물과 바닥에 착 달라붙은 햇볕이라도 있었다. 낮은 세상의 사람들과 막막함, 그리고 이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