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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魔王 #17] 거듭된 실패기의 초상 - 넥스트 『The Second Fan Service:ReGame?』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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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魔王 #17] 거듭된 실패기의 초상 - 넥스트 『The Second Fan Service:ReGame?』

trex 2014. 12. 9. 11:05

* 웹진에서 신해철 타계 이후, 추모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링크] 기존 정규 디스코그래피를 비롯, 몇몇 아티클로 구성중이며 나는 그중 3꼭지 정도를 적을 듯 하다. 이제 글 하나 남았다. [안녕, 마왕] 운운하는 타이틀은 나도 맘에 안 들지만, 아무튼 시리즈 전체 잘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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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The Second Fan Service:ReGame?』(2006)




거듭된 실패기의 초상



“뒤늦은 부탁을 들어주겠니

날 잊지 말아줘 괴로워해 줘.“ 「Last Love Song」




길게 돌아온 길은 신해철에게 피로를 쌓게 하였다. 비트겐슈타인과 젊은 멤버들을 중심으로 재결성한 넥스트의 이름으로 발매한 『The Return Of N.Ex.T Part 3 : 개한민국』(2004)이 이룬 성과를 무시하기는 힘들었지만, 평단과 대중들은 냉담했다. 무엇보다 넥스트 3집 시기부터 누적된 내부 갈등은 걸출한 음반이라는 결과물(『Lazenca : A Space Rock Opera』(1997))에도 불구하고 파국을 야기했고, 이는 ‘민주적 운영’이라는 밴드 편성의 과제를 신해철에게 안겨준 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겐슈타인과 『개한민국』 활동에서 대내외적으로 소위 ‘독재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던 부단한 노력과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사운드를 만들던 과정은 한 시기의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실패는 자명해 보였다. ‘건국 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호사를 듣던 밴드의 이야기는 이미 과거형이 되었고, 달라진 신해철의 록 넘버들을 사람들은 반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젊은 멤버들이 밴드를 등지고 해산하였다. (해고의 형태일수도 있겠다.)



『ReGame?』은 이런저런 의미에서 다소 뜻밖의 귀환이었다. 퀸(Queen)의 『Queen II』(1973)의 구도를 빼다 박은 음반 커버에 돌아온 멤버 김세황, 이수용, 김영석, 데빈, 거기에 젊은 멤버 지현수의 가세까지... 이것은 일견 전성기 넥스트의 재림을 예고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밴드의 재정비 과정에서 신해철은 신곡보다는 지난번 솔로 이력의 결산 『Crom’s Techno Works』(1998)와 유사하게 과거의 이력을 묶어 재작업하는 데 주력한다. 무한궤도에서부터 넥스트, 심지어 비트겐슈타인에 이르는 길을 자신(들)의 손으로 조명한다. 이른바 2번째 ‘셀프 리메이크’ 음반이다.



음반을 듣는 감상이란 다소간의 착잡함과 약간의 벅참이 교차하는 것이었다. 이미 자신의 음악적 전형 - 중반부부터 터져 나오는 코러스, 실존적 고민을 짧은 행 안에 담는 가사 - 을 데뷔 음반의 1번 트랙에서부터 진작에 완성했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를 굳이 화려한 편성으로 다시 부르는 당사자의 심경이란 어떤 것일까? 누누이 공언했던 Part.3 작업 대신에 여전히 「아버지와 나」 Part 1, 2를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 끝낸 것은 본인에게 만족스러운 일이었을까?



라이브에서 듣는 게 산삼 캐는 것처럼 극히 드문 일이라던, (Van Halen 풍의) 「영원히」로 다시금 결속의 의미를 부각하며 피날레를 장식한 것을 보면 아무튼 이것은 작은 진심이었다. 적어도 넥스트라는 이름의 깃발은 쉬이 내릴 것이 아님을 본인도 자명하게 알고 있었고, 이를 다시 시작으로 후속 작업 프로젝트 『666』의 증명을 내보일 차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본작의 넥스트 멤버로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의기투합한 옛 동지들은 이내 해산하였고, 프로젝트 『666』의 이름을 단 첫 음반은 젊은 새 멤버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해야만 했다.



한편 본작의 유일한 신곡 「Last Love Song」에서의 ‘Last’라는 단어가 현시점에서 이렇듯 묵직하고 참담하게 되돌아와 박힐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본래 부인을 위한 이 발라드곡은 그의 노래 소재들이 결혼이라는 개인사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는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가능성이 그간의 작업과 유사한, 장르 탐구를 넘어서 하나의 음반으로 오롯이 발매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밴드 복귀 생활의 피로감을 피력한 것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다음 솔로 음반 『The Songs For the One』은 ‘부인과 가족이 들을 수 있는’ 음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