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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정조 역으로 등장하는 정진영 배우를 보니 그가 연산으로 나왔던 [왕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 씨 조선들의 외모는 이런 부계 유전인 모양이다. 물론 이는 이준익 감독 연출의 인연 덕이겠지. 그는 이 작품으로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실학 3형제를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류승룡 배우와 설경구를 형제로 엮었으니 목소리 좋은 실학 형제의 탄생이라 하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이미 KBS 등의 공중파에서 백종원 같은 양반을 출연시켜 유독 사랑했던 목록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 워낙 먹는다는 행위를 중히 여긴 탓이 있으리라 본다. 건강과 산해진미, 여기에 먹방의 유행까지 생각하면 일찌기 먹고 살기의 관점을 새삼 상기시킨 자산어보의 존재감은 나름 특기할만하다. 이준익은 정약전의 이 저서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엔딩 크레디트를 제외하고는 상영 시간을 꽉 채운 흑백 화면과 취급하는 인물에 대한 사적 흐름과 관계없이 작품의 흐름에 꿰맞춰 생전의 윤동주의 시구와 낭독을 깔아주는 연출 등은 소멸한 문예영화의 흐름을 계승하는 듯 보인다. 여기에 보태서 다루는 인물과 이야기 그 자체로 마치 문청들을 위해 준비한 듯한 인물 대비(운동이냐 고결한 예술 정신의 지킴이냐!), 향토와 서슬 퍼런 세상의 대조는 한동안 잃었던 어떤 투명한 영혼을 바라보는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부끄러움, 그렇다 작품 전반이 다루고 있는 윤동주의 마음속 풍경이자 시적 테마의 요체인 그 부끄러움이다. 그 부끄러움의 근본엔 동무가 이룬 성취에 대한 열등이 근원에 자리 잡고 있고, 종내엔 시대 앞에 쟁투해야 할 청춘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고뇌와 파국에의 연..
한동안 송강호의 포스터 속 미소는 슬픔의 양만큼 등가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통상 웃는 송강호는 아버지의 표정을 표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재 시절 말을 하는 입을 닫는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아빠-효자동 이발사, 지리멸렬한 밥벌이의 조폭-우아한 인생 등등. 그렇다면 아버지 뿐만 아니라 나라 아버지 노릇을 해야 하는 조선의 왕이 된 사도 속 송강호는 어떤가. 그는 웃지 않으며(웃기는 한다), 이미 모든 것의 파국이 지난 후에서야 운다. 좋지 않은 부자 관계를 넘어 애초부터 연을 맺지 말았어야 할 두 단독자가 만나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 안의 비극을 형성한다. 여기서의 송강호 역시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다. 분장의 미숙함을 넘어 일그러진 눈매와 쇳소리만으로도 그는 노후와 호령을 모두 소화해낸다. 여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