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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해외 영화계에서의 반응과 좋은 ‘한국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갈증과 별개로 [버닝]이 개봉되던 당시에 흔쾌히 상영관을 찾아갈 결심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호의를 가지기 힘든 배우 유아인이 주연이라는 사실과 [오아시스]와 [밀양]이 거둔 성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이창동 감독의 기묘하게 불편한 태도는 이미 내게 피곤하게 누적된 상태였고 - 그걸 생각하면 [시]는 힘겹게 예외상황을 허락한 진정한 걸작 인지도 - 이렇게 수년 뒤에 넷플릭스 덕에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게 참 난공불락의 상태였다. 홍상수의 작품 안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문성근 배우, [자백] 포스터에서 연출을 담당한 자신의 모습을 [스포트라이트]풍으로 새겨 넣은 최승호(현 MBC 문화방송 대표..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원 창작자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검고 물컹이는 강물이 나즈막히 흐른다. 우리는, 아니 나는 그걸 어디서 본 듯 하다.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에서 그 위에 수많은 주검을 싣은 채 무심히 흐르게 하였고, 봉준호는 [괴물]에서 괴물의 성장기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창동 역시 그 흐르는 강물 위에 처연하게 무언가를 싣어 나른다. 그리고 묻는다. 이제 다 된거냐고. 이렇게 다 해결이 된거냐고. 부동산 남자는 잇속이 서린 밝은 표정으로 잘 해결이 될거라고 말한다. 이창동이 그려내는 세상은 점점 무서워져 간다. [오아시스]엔 코끼리와 인도 무희가 난데없이 거실에 들어서는 환타지라도 있었고, [밀양]엔 누추하게 흐르는 가늘디 가는 물과 바닥에 착 달라붙은 햇볕이라도 있었다. 낮은 세상의 사람들과 막막함, 그리고 이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