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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지방선거 전에 봤으면 좋았을까도 싶지만, 더럽고 추악하지만 근사한 외양이나마 갖춘 민주당 경선후보 선거본부와는 거리가 먼 이쪽 현실이라 손가락만 빨았지 싶다. 조지 클루니는 [굿나잇 앤 굿럭]에 이은 세련된 연출감으로 - 표현이 참 구태의연 - 영화를 진두지휘하였고, 배우로선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썩은내도 적절히 풍긴다. 가장 좋은 것은 라이언 고슬링.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굳어지는 그는 뻣뻣해지는 것이 아니라 허물어지는 무언가를 절묘히 묘사한다. 결국 자신도 '몬스터'들의 세상에 합류하기로 한 결심을 보이는 순간에서 영화는 딱 멈춰선다. - 네이버 영화 무료 행사로 시청.-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과 폴 지아매티가 나온다는 걸 사전정보로 몰라서 영상에서 보고 유쾌해졌다.
시청 앞 사람들이 운집했을 추운 밤, 나는 방 안에서 올레TV 컨텐츠로 시청하였다. 하 수상한 시절, 조지프 매카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릿발 광풍을 맞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 진실을 뱉고 난 뒤에 마른 입술을 훔치며 목 울대를 삼키는 용기있던 이들이 있었다. 조지 클루니는 이들을 흑백 화면 안에서 차분히 다루는데 - 그 자신이 주인공 다음의 근사한 배역을 맡기도 했다 - 실제 자료 화면을 제법 비중있게 배치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묵직히 들려준다. 근사하다. 더 근사한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본의 아니게 요즘 정국에 맞는 영화를 지금이라도 챙겨본 셈이다. 영화의 톤은 차분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겁게 내려앉음이 지배하기도 했다. 극중의 자살한 캐릭터가 보여주듯, 용기 이상..
기술적인 성취도도 그렇지만, 영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심상의 위로와 환상성을 제공하는 위안의 매체임을 다시 상기시킨다. 아름다운 행성과 극도의 고요, 그리고 흩어지며 파편화되는 파손물들, 무엇보다 살고자 하는 욕망과 죽음으로 내달리는 체념의 호흡, 마지막으로 중력권 안의 인간 발걸음에 대한 벅찬 긍정성까지... 광활한 우주의 깊이 못지 않게 생은 지속된다. 전작 [칠드런 오브 맨]과 통하는 어떤 정서가 있고, 두 배우의 호연 - 산드라 블록은 잘 하고, 조지 클루니는 근사함을 뿌리고 다닌다 -, 그리고 올해 나온 [스타트렉 : 다크니스]와 더불어 우주에 대한 예의를 각자의 방식으로 충실하게 잘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