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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협상은 불발이 되었다. 독립해방군 대표와 평화탈환연맹 임시 대표의 만남은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잠시간 민중들의 희망을 품게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게 원점이 되었다. 이런저런 협상을 제외하고서라도 당장에 밀양시 가곡동의 구 KT&G 지하에 있는 로봇 군단의 동기화 서버 몇 대라도 박살을 내는데 합의를 봤어야 했다. 한 팔에 유탄을 장착하고 나머지 한 팔에 공구용 드릴을 장착한 Q1022는 효과적인 살상 병기였다. 이들의 전투 행동양식 모듈을 동기화 패치 하는 곳은 첩보대로 밀양의 서버들이었다. 청도는 물론, 경산까지 올라오는 Q1022들 덕에 의기양양하던 대구 진영은 근래 자주 불안감을 표시했다. 독립해방군 대표와 평화탈환연맹 임시 대표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주된 이유는 두 단체의 명칭 때문이었다...
경애가 춤추는 아이를 만난다고 말을 털어놓은 것은 카페에서 자리를 정한지 13분여 후 남짓이었다. 이번에는 13살 차이라고 했다. 경애 자신이든 우리든 하얗다 못해 투명에 가까운 피부를 가진 경애의 유리한 조건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바텐더, ROTC 장교 아이, 음악하는 애, 그냥 잠자리만 잘하는 노는 아이 등 경애의 연애사에서 +1 하나 더 붙는다고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문제는 경애의 등이었다. 경애가 엉겁결과 의도된 시나리오 사이의 잠자리를 마친 후, 남자의 데워진 손길이 등을 타는 순간을 즐기는 것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경애가 젊음이라는 가치에 천착하게 된 것은 얼마전부터의 일이었다. 지도 교수의 바삭 마른 고목 결 같은 손길이 위안보다는 측은을 낳게 하고, 서로간의 사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