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플로렌스 퓨 (2)
Rexism : 렉시즘
오래된 기근과 어둑한 아일랜드의 추적거리는 풍토. 여기에 금식으로 제대로 된 식사 없이 생존하는 기적의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사회를 맴돈다. 이 기이한 기족 같은 소문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한 간호사와 수녀, 기자 등 수많은 이들이 이 성녀에게 찾아온다. [레이디 멕베스]를 통해 금기된 비밀과 인간들의 속내를 파헤친 바 있었던 플로렌스 퓨의 작품이니 이번에도 익숙한 톤이 느껴졌다. 세반스찬 레리오 감독의 연출은 초반의 무대 세트와 현실을 오간다는 점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 빌] 같은 작품을 연상케 했다. 작품이 줄곧 말하는 안과 밖의 경계, 실상 예수의 오래된 서사인 죽음과 부활의 모티브를 가져 온다는 점에서 성녀의 기적을 어떻게든 봉인해 존속하려는 오래된 원로들의 완강한 세상과 그를 뚫..
극의 초반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시청자로서 마치 [조선여인수난사]의 서사를 연상케 했다. 조부까지 시선의 압제로 누르며, 시종일관 강요하는 정숙한 처자로의 행태. 부부간의 생식에서 가해지는 폭력과 통제엔 당연히 반발과 훗날의 비극을 예상하게 한다. 이에 자연스럽게 내재한 반발에 따라 결국 터지는 불륜과 상대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더불어 불행의 바퀴에 더불어 함몰되는 주변의 사람들. 급기야 그 자체가 욕망의 탐식에 빠녀나갈 생각의 여지가 없는 끝 간 데 없는 파국의 귀결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상황을 조성하고도 관장하며 주도하는 플로렌스 퓨의 존재는 그 자체로 존엄의 힘이 넘치는 생명체이다. 길지 않은 러닝 타임과 정제된, 그리고 창백한 공간은 사람의 온정과 배려라곤 자리하지 않는 작품의 톤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