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6. 2. 27. 23:10

아주 늦었습니다. 매해 하던걸 그래도 넘어갈 순 없기에.



- 2014년 12월 1일 ~ 2015년 11월 31일 발매작.

- 국내반만 / EP도 포함 / 발매순으로 적어서 무순.

- 멘트는 재활용 멘트가 심할 정도로 많습니다.






어어부프로젝트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

미러볼뮤직 / 2014년 12월 발매



문성근의 나래이션에 실려 포문을 여는 수록곡들은 마치 홍상수 영화의 서사들처럼 시간대가 토막나서 흩어져 있다.(벌써부터 몇몇 고유명사들 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속출하는 듯하다) 제한된 정보 안에서도 불판 위에 살살 녹듯이 익어가는 소고깃살 보다 돼지껍데기의 식감을 닮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전위와 의도된 통속성이 오가는 가운데, 백현진은 매해 1개의 의미있는 음반을 발매하는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된다.





포프x포프 (Pope X Pope) 『The Divinity And The Flames Of Furious Desires』

자립음악생산조합 / 2015년 4월 발매



히치하이커(The Hitchhiker)는 당시엔 차라리 헤비니스 팬들이 쉽게 경도될 수 있었던 어떤 종류의 질주감과 내려 찍어버리는 폭력성이 있었다. 하지만 포프X포프에 와선 그런 순간들보다 우릴 수도원으로 잔혹하게 밀어버리는 악력이 느껴진다. 견디기 쉽지 않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내가 작년에 이 음반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긴 여간해선 어려울 듯하다.





더 사우스 코리안 리듬 킹스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 『뿌린대로 거두리』

미러볼뮤직 / 2015년 7월 발매



음반의 얇은 종이 부클릿은 이 음악들을 듣는 데 있어, ‘관용과 사랑’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두 가지를 갖추고 들어도, 이 음반의 한 축인 김오키의 상상하기 힘든 정력적인 활동들은 참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동양청년’의 가면, 전기사기꾼, 아방 트리오, 최근 김오키와 뻐킹 매드니스(Fucking Madness) 등의 프로젝트들에 이르기까지 예측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이 테너 색소포니스트의 이력은 2016년에도 여전히 우리의 추격을 바쁘게 할지 궁금하다.


다른 한 축은 역시나 드러머 김책이다. 김오키와 더불어 ‘뿌리 없는 계보’ 내에서 뿌리내린 이 즉흥연주의 드러머는 이 팀 안에서 리듬킹으로서의 ‘왕좌’를 한자리를 턱하고 차지하고 있다. 김오키의 색소폰이 때론 마치 태평소처럼 울림과 파열을 오가는 동안 한편에서 표진호의 스캣이 FX와 함께 혼란을, 송남현의 베이스가 나른한 질서를 관장하고 있다.





블랙 메디신 (Black Medicine) 『Irreversible』

석기시대 / 2015년 7월 발매



블루지한 도입부와 느릿하게 긴장감을 안고 가는 파충강 뱀목 코브라과에 속하는 동물의 몸짓. 《핫뮤직》세대 밴드 출신들의 귀환이라 더욱 뭉클하다. 김창유의 보컬은 막바지에 본 전공인 사타닉한 연출로 치닫고, 케틀벨을 매단 듯 묵직한 이명희의 기타 리프, 이리하여 서든록과 모던 헤비니스가 낯 뜨겁게 엉겨 붙어 교합을 낳는다. 근간 한국 헤비니스씬 일부의 움직임을 대변하는 키워드, 슬럿지계에 필연처럼 도착한 수작이다. 젊은 헤비니스 팬과 나이 든 헤비니스 팬들의 가슴을 동시에 요동치게 만든 흔치않은 경험 또한 고맙다.





포니 (Pony) 『I Don't Want To Open The Window To The Outside World』

미러볼뮤직 / 2015년 8월 발매



왜 이렇게 만들었지? 라는 질문보다는 이 음반을 만들었을 실내 환경과 제조의 과정을 궁금하게 만드는 음반이다. 하프 스프링이 넘실대는 「Drunken Boat」의 아름다움과 강박적이고 규칙적으로 박힌 리듬과 흔들리는 비트, 무심한 보컬이 엉켜 교란을 일으키는 「Be My Evil」에 닿으면 아예 밴드의 이런 변신에 환호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음반 제목과 커버, 수록곡들의 프로듀싱이 혼연일체를 이뤄 음습함의 총합을 만들어냈다. 이런 마당에 개러지록 「Starfuckers」가 안겨주는 어긋난 일관성은 문제 될게 아니다. 어긋난 일관성을 허락하는 음반의 포맷이라 이질적이라기보다는 한 밴드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복잡한 심사로 즐겁게 고통받을 수 있다.





해일 (Hail) 『세계관』

음악부 / 2015년 8월 발매



비주기적이거니와 드문드문 나오는 신생 포스트록 밴드 중에서 그래도 매해 일정 수준의 좋은 음반을 들고나오는 이들이 있다. 올해는 그 자리를 해일이 차지하게 되었다. 포스트록을 주 기조를 하면서도 이들은 유독 모던록과 수줍은 슈게이징의 페르소나를 투명 망토처럼 휘두른 듯하다. 



한국 록 씬이 작년 로로스(Loros)를 뜻하지 않게 상실했다면, 또 한편으로는 해일을 기꺼이 얻게 되어 기쁠 수 있었다. 「소실점」은 음반에 대한 이른 작별을 아쉽게 하였지만, 이내 확장된 ‘세계관’이 우리를 새롭게 맞이하리라 믿는다.





메써드 (Method) 『Abstract』

에볼루션뮤직 / 2015년 9월 발매



스래쉬라는 외벽을 기어서 넘어가는 멜로딕함이 확실해졌고, 여전한 응집력을 지닌 연주(다른 곡들과 달리 잠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베이스도 역시)와 저편에서 들리는 클린 보컬 등은 견고함과 변화의 균형을 보여준다. 많은 것을 덜어내라고 주문했다는 안흥찬의 프로듀싱이 있었음에도 이 밴드의 클래식한 비장미마저 걷어내진 못했다. 물론 그건 다행이었고 어떤 의미에선 프레임 위에 장갑을 씌우듯 강화되었다. 그간 쌓인 외부의 우려를 종식한, 이들 내부의 완강한 힘을 증명한 우수 사례. 그리고 무엇보다 작년 블랙 메디신과 더불어 한 해의 가장 좋은 헤비니스 음반이다.





트램폴린 (Trampauline) 『Marginal』

브라우니 엔터테인먼트 / 2015년 10월 발매



팝을 지향했지만, 당대의 팝이라기보다는 언젠가(이런 팝이 있었다고 기억을 할 수 있을 종류)의 팝이고 세상 어느 곳에는 있을 팝이다. 주변인의 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좀 하기 쉬운 말장난 같고... 지금 이곳에 당도한 팝이라고 말장난을 추가하기에도 계면쩍다. 수록곡 전반에 마이너리티들에 바치는 헌사같은 쓸쓸함에 일조를 더하는 사운드 프로덕션이 일품이자 강점이다. 오래된 미러볼처럼 잠시 반짝반짝하는 연주의 각 파트들과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에 가장 맞는 보컬을 가진 차효선의 목소리가 꼼꼼하게 붙어있다.





에프엑스 (F(X)) 『4 Walls』

에스엠엔터테인먼트 / 2015년 10월 발매



탈퇴는 별 일이 아니었다. 전작들 몇몇 대목에서 괴이하게 들리는 대목까지 설득하는, 이 그룹의 이력이 여기까지 이른 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가득하다. 듣는 순간순간이 찌릿찌릿 근사한 '일렉트로닉 쇼크'.





칵스 (The Koxx) 『the new normal』

해피로봇 / 2015년 11월 발매



멤버 몇 명의 징병제로 인한 공백, 이후 다시 의기투합한 이들의 결과물  『the new normal』은 근사하다. 지글거리는 개러지록의 혈기에 일렉트로니카 풍의 요소가 접합된 이들의 음악이 보다 확장되고 강화된 모양새로 돌아왔다. 넘실대는 그루브감은 여전한데, 반면 선명한 멜로디도 놓치지 않고 들려주거니와 이는 당대의 다양한 조류는 물론 선대의 몇몇 예시까지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칼칼한 메탈 기타의 활약감은 곳곳에 빛난다. 





더 모노톤즈 (The Monotones) 『 Into The Night』

미러볼뮤직 / 2015년 11월 발매



노브레인에 이어 문샤이너스를 거쳐 더 모노톤즈에 이르는 길은 차승우에게 있어 고된 여정을 안겨주었다. 밴드의 중요한 한 축인 멤버가 탈퇴를 하였고, 새로운 보컬을 구하는 길은 난망하였다. 정작 밴드의 사운드는 비틀스에서 개러지 펑크까지의 긴 단락을 넘기게 하는, 그야말로 로큰롤 역사서의 모양새를 갖춰갔건만. 결국, 밴드의 완성체를 앞두고 숱한 소문을 일으킨 본작 안엔 이 의기투합의 감동적인 성취와 성과가 고스란히 서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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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5. 12. 30. 11:23




더 사우스 코리안 리듬 킹스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 『뿌린대로 거두리』

 


음반의 얇은 종이 부클릿은 이 음악들을 듣는 데 있어, ‘관용과 사랑’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두 가지를 갖추고 들어도, 이 음반의 한 축인 김오키의 상상하기 힘든 정력적인 활동은 참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동양청년’의 가면, 전기사기꾼, 아방 트리오, 가장 최근엔 김오키와 뻐킹 매드니스(Fucking Madness)에 이르기까지 예측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이 테너 색소포니스트의 이력은 2016년에도 여전히 우리의 추격을 바쁘게 할지 궁금하다. 


다른 한 축은 역시나 드러머 김책이다. 김오키와 더불어 ‘뿌리 없는 계보’ 내에서 뿌리내린 이 즉흥연주의 드러머는 이 팀 안에서 리듬킹으로서의 ‘왕좌’를 한자리를 턱하고 차지하고 있다. 김오키의 색소폰이 때론 마치 태평소처럼 울림과 파열을 오가는 동안 한편에서 표진호의 스캣이 FX와 함께 혼란을, 송남현의 베이스가 나른한 질서를 관장하고 있다. 


생전 조부께서 농사를 지은 관계로 역시나 생전 부친께선 밥 한 톨까지 다 긁어먹으라는 가정교육을 중시하셨다. 이토록 농사라는 존귀한 행위를 단위별로 쪼갠 집요함과 이에 대비해 요령부득의 구성이 공존하는 본작은 좀체 – 밴드 멤버들의 과거와 앞날처럼 - 정체를 가르쳐줄 생각이 없는 작품이다. 과연 들은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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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5. 12. 29. 10:59





해일 (Hail)

 



비주기적이거니와 드문드문 나오는 신생 포스트록 밴드 중에서 그래도 매해 일정 수준의 좋은 음반을 들고나오는 이들이 있다. 올해는 그 자리를 해일이 차지하게 되었다. 포스트록을 주 기조를 하면서도 이들은 유독 모던록과 수줍은 슈게이징의 페르소나를 투명 망토처럼 휘두른 듯하다. 



재주소년이나 윤덕원의 보컬이 가진 캐릭터성을 마치 연상케 하는 대표곡 「Santa Fe」의 전반부가 특히 그랬다. 하지만 기타 트레몰로가 파르르 떨며 포말 섞인 파도를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후반부에서부터 이들의 올해 정규반 『세계관』은 기어코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들의 지향성을 비유하는 지명 ‘Santa Fe’를 다시 가사 안에 거론하는 「어딘가 어디에」, 밴드 음악의 육체와 공기를 모두 대변하는 듯한 11분여의 대작 「Haze Dive」 등은 하나의 드라마를 조성하며 플레이 버튼의 정지를 허락지 않는다. 



한국 록 씬이 올해 로로스(Loros)를 뜻하지 않게 상실했다면, 또 한편으로는 해일을 기꺼이 얻게 되어 기쁠 수 있었다. 「소실점」은 음반에 대한 이른 작별을 아쉽게 하였지만, 이내 확장된 ‘세계관’이 우리를 새롭게 맞이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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