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5. 12. 29. 10:59





해일 (Hail)

 



비주기적이거니와 드문드문 나오는 신생 포스트록 밴드 중에서 그래도 매해 일정 수준의 좋은 음반을 들고나오는 이들이 있다. 올해는 그 자리를 해일이 차지하게 되었다. 포스트록을 주 기조를 하면서도 이들은 유독 모던록과 수줍은 슈게이징의 페르소나를 투명 망토처럼 휘두른 듯하다. 



재주소년이나 윤덕원의 보컬이 가진 캐릭터성을 마치 연상케 하는 대표곡 「Santa Fe」의 전반부가 특히 그랬다. 하지만 기타 트레몰로가 파르르 떨며 포말 섞인 파도를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후반부에서부터 이들의 올해 정규반 『세계관』은 기어코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들의 지향성을 비유하는 지명 ‘Santa Fe’를 다시 가사 안에 거론하는 「어딘가 어디에」, 밴드 음악의 육체와 공기를 모두 대변하는 듯한 11분여의 대작 「Haze Dive」 등은 하나의 드라마를 조성하며 플레이 버튼의 정지를 허락지 않는다. 



한국 록 씬이 올해 로로스(Loros)를 뜻하지 않게 상실했다면, 또 한편으로는 해일을 기꺼이 얻게 되어 기쁠 수 있었다. 「소실점」은 음반에 대한 이른 작별을 아쉽게 하였지만, 이내 확장된 ‘세계관’이 우리를 새롭게 맞이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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