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오지은 [홋카이도 보통열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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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 [홋카이도 보통열차]

trex 2010. 9. 25. 13:04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접했고, 실제로 음악을 했지만 자신이 음악을 하는 것이 자문자답하던 그녀는, 이후 세상의 몇몇 창문 틈새 바깥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겠고 세상의 몇몇 이들이 답하였다. 앨범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 그녀는 남들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헤집고 꺼내보이는 방법을 써야 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공명하였고 2집으로 이어졌다. 이야기와 담화가 눈덩이처럼 틀어진 방향으로 구를 때도 있었고, 눈덩이가 당사자에게 직격하는 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휴식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홋카이도 보통열차]는 그런 연유에서 나온 책인 듯 하다.

 

몇몇 패션 잡지의 인상적인 한 컷과 짧은 인터뷰보다, 그녀의 홈페이지 글이나 영화 주간지 기고 글을 접한 이들에게 이 책의 문체가 익숙할 것이다. 오지은을 휘감은 몇 가지 고민거리와 근심, 거기에 대해서 의무를 다하듯 근면하게 덜컹거리는 열차 안에서 하나씩 토로한다. 차창 밖 풍경처럼 푸르름도 있고, 나른함도 있고, 몇 가지 색감의 포인트가 있는 간식거리처럼 즐거움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정서는 털어놓음가벼움으로의 지향이다. 터널을 관통하여 지나가듯 그녀 자신은 인생 한 부분의 책장을 넘기고픈 모양이다.

 

여행기로서의 볼륨도 나쁘지 않다.(폰트가 턱없이 크지 않다!) 근사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노년의 아주머니도 있고, 이상하게 궁합이 안 맞는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젊은이들도 있다. 권말에 있는 열차 여행 지도 부록은 실천력 있는 독자들에겐 제법 쓸모있는 실습 교재가 될 법 하다. 무엇보다 여행을 떠났다고 해서 무작정 자유로워질 수도 없음을 아는 여행경력자들간의 공감대가 클 것이다. 그렇게 애써 노력하고 진행형일 수 밖에 없는 인생의 행로 안에서 기록을 새기는 것만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의 일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흐린 안개를 감당하는 것이겠지. 저자와 독자간 서로간에 응원을 날리고픈 기분을 선사하는 책이다.

 

[100925]


홋카이도 보통열차
국내도서>여행
저자 : 오지은
출판 : 북노마드 201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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