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1. 2. 25. 10:44
+ 한겨레 웹진 HOOK에 게재 : http://hook.hani.co.kr/archives/22640

지난 2월 23일 저녁 7시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구 역도경기장)에선 올해로 제8회를 맞이한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해 클럽에 가까운 협소한 무대에서 소규모로 열렸던 전력과 달리, 다시 자신있게 많은 대중들을 초대하여 MC김제동의 사회로 순탄히 진행되었다. 음악씬 관계자들과 평단, 시민단체 대표 등이 주축이 된 심사위원단의 구성과는 아무 관계없는 나의 입장이고, 실제 관람 일행에도 들어가지 못한 나이지만 올해엔 묘한 소회가 느껴져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시상식의 결과와 행사 자체는 흡족한 풍경이었다. 수년만의 앨범 [Garion 2]의 주인공 가리온이 이룬 3관왕의(올해의  음반, 최우수 힙합 노래, 최우수 힙합 앨범) 성과가 결코 범상치 않아 보인다. 젊은 세대에게 이미 강한 흡착력을 보였던 힙합 장르는 다년간의 뿌리내림에도 불구하고, 항시 본 시상식에선 장식으로만 보였다. 가리온의 존재감은 이 땅에서의 힙합이 패션과 외형으로만 부착된 것이 아닌 한 시대의 ‘언어’로써 당당히 자리매김 했음을 비로소 증명해 보인 셈이었다.


2010년의 음악들을 두고 홍대로 대변되는 씬이 연성화 되었다느니 하는 사람들의 입담이 오가기도 했다. 한국의 음악씬이 비단 홍대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며, 이는 특정 지역 안에서 미처 찾지 못한 가능성과 취향 바깥을 고려하지도 못한 무책임한 언사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흐뭇해 보인다. 30일이라는 한정된 제작 기간의 배수진을 친 이 3인조 개러지 락 밴드는 락이 ‘날 것’과 ‘데워진 것’들의 긴장감 있는 교차라는 것을 새삼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최우스 알앤비&소울 앨범을 수상한 진보의 [Afterwork], 최우수 팝 앨범의 조규찬 [9], 최우수 크로스오버 부문의 수상자 라 벤타나 등의 결과물에 주목과 추천을 보낸다. 전반적으로 입소문이나 칭찬이 드물었던 2010년이 품고 있었던 소중한 성과물들이다. 제8회 2011 한국대중음악상은 이외에도 선정위원회 특별상으로 엄인호, 최이철, 주찬권, 이 3인조 슈퍼 세션에게 성과를 넘어선 이력에 대한 예우를 표하기도 하였다. 시상식 자체는 전반적으로 김제동의 입담과 올해의 신인인 게이트 플라워즈의 귀여운 도발로 훈훈했(다고 전해진)다.


시상식은 저널과 평단의 연말 결산에 이은 또 하나의 축제이다. 다만 보다 객관성을 견지해야 하며, 장고의 협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 전제가 확보된 이후에야 예우와 파격을 표하며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 연말 결산도 그러하듯 – 음악팬들의 빈축을 간혹 사기도 한다. 가벼운 투정으로는 내가 바라던 팀이 왜 수상하지 못하냐는 시비에서부터, 무거운 비난으로는 이것이 한 나라 대중음악씬의 결산으로 합당한 것이냐는 것까지 다양하다. 게중엔 다소 매끄럽지 않은 말투로 ‘홍대 시상식’ 아니냐는 힐난으로 수년간 소일하는 축들도 있음이 사실이다.


미쓰A와 F(X) 같은 경향의 팀들이 한국대중음악상의 각 부문에서 수상을 하는 것은 선정위원회의 전략적 고려 때문일까, 실제로 한류로 대변되는 아이돌 댄스 넘버들이 질적 상승함을 보여준 증거일까. 여전히 답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개인적 취향에 의한 편협함을 접고 후보군 안에서 이 팀들이 보여준 결과물을 보자면, 수긍하기는 오히려 쉬웠다. 오히려 다른 부문의 몇몇 수상 결과들이 내겐 더 갸우뚱할 정도로, 그녀들의 노래 자체는 해당 부문 안에서 격려받을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 아이돌 음악과 산업이 주류였다는 이유로 형식적으로 부여한 수혜는 아니리라 여겨진다. 


네티즌 추천 수상 부문의 결과도 마찬가지이다. 팬덤의 포화같은 투표에 의해 태양이 수상한 것이 그렇게도 한 나라의 음악씬, 또는 대중음악시 상식의 권위를 훼손될만한 큰일일까. 근심을 보내는 이들이 속내는 대략 이해는 하지만  이 수치 역시도 이 시상식이 보여준 결과치다. 시상식이란 당대엔 권위이나, 후대엔 기록이다. 뒷 세대들은 2011년 한국 대중음악씬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지를 얻은 이름 중 하나로서 태양이라는 이름을 발견할 것이다. 무릇 기록이라는 것은 그런 기능에 있는게 아닐까.


며칠전 그래미 어워드 생방송 진행을 맡은 한 방송인은 그래미류의 시상식을 무척이나 부러워하며, 왜 우리에겐 이런 뮤지션들을 위한 시상식과 축제가 없을까하며 안타까워 했다. 얄궂게도 전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한국판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의욕이 떠올랐다. 그 의욕과 실현은 퇴임 이후 유야무야된 것인지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으나, 추정컨대 그 기저에는 한류를 둘러싼 확장의 욕망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 진행자와 전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그래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떠올렸을 희망의 내용물은 일치할 가능성이 크진 않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거대하고 권위 있는 장관이 필요한지는 다소 의문이다. 그것의 비전에 근접하게 닿으려 했던 MAMA(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의 참담한 내용물을 떠올리자면 그렇다.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보자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중음악 어워드의 모습은 규모의 확장과 퍼포먼스 지향이 아닌 듯 하다. 규모의 문제는 시상식이 아니라 씬 자체에 필요한 듯 하며, 그만큼의 다양성 확보와 창작자와 실연자들에게 수익성이라는 생존권을 원만히 보장해주는 환경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류라는 자긍심과 선후배간의 꼴라쥬라는 형식적인 퍼포먼스로 범벅이 된 모사 형태의 어워드는 특정 케이블 채널에서 꾸준히 매진하면 될 일이고, 진정 한 해의 결산으로의 시상식은 환경적 변화와 지원을 통해 좀더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한해 한해 작고 큰 고비를 넘기며 음악팬들에게 손을 내밀어 초청의 인사를 건네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새삼 고마운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닐 것이다. 그 존재감. [02022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