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4화 본문
20회라는 턱에서 넘어갈랑말랑하는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3692
[지난회 줄거리] 약간이나마 구매력이 발생한 중학생은 이때부터
듣고 싶은 앨범들을 조금씩 사모읍니다. 1개니 허전하니 2개를, 2개면 아쉬우니 3개를, 3개 보다야 5개를...
2011/04/29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3화
2011/04/26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2화
2011/04/22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화
- 뉴 키즈 온더 블럭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아이큐 점프] 부록으로 뉴 키즈 스티커를 준다길래 덥석 샀던 고등학교 시절까지 향후 몇년간은 푹 빠졌다. 한장에 100원하는 멤버 사진을 구매했고, 멤버들 사진이 박힌 노트를 팬시점에서 구매했다. 뮤직비디오 VHS? 당연히 구매했다.(레이저디스크 타이틀을 녹화 VHS로 떠주는 곳도 있었다.) 오 맙소사. 내 인생 최초로 팬질을 한 최초이자 최후의 보이밴드가 된 것이다. 훗날 테이트 댓(Take That)의 데뷔반도 샀지만, 뉴 키즈 온더 블럭을 대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KBS 채널에서 성탄 기념으로 크리스마스 콘서트 실황을 방영해주는걸 녹화하다, 밀양(큰댁)가는 기차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춘게 몇년도인지 기억도 가물하다. 아무튼 최고였다. 조이 매킨타이어를 제일 좋아했다.
토미 페이지에 이은 실수 구매도 잇따랐다. 이번엔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였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초기 유명작 [코만도]에서 납치된 딸네미를 연기하던 아역 배우였는데, 가수로도 출반했다. 문제는 미국 본토 겨냥이 아닌 일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전형적인 실력 부족의 아이돌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구매했나 몰라. 티파니나 데비 깁슨 등도 당대에 있었을텐데. 히트곡 논스톱 리믹스식의
타이틀이 포니 캐년 코리아에서 출반되어 구매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토미 페이지 때보단 제법 그 앨범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뭐 그럴수도 있지만.
이문세의 6집이 89년도에 나왔다. 돈을 주고 구매한
첫(그동안은 사촌 누나가 줬으니까) 이문세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다시 만나리'를 좋아했지만, '해바라기'는 이전 발라드만큼 좋아할
수 없었고 - 뒷 앨범의 '옛사랑'에서 느낀 감정과도 관련이 있다 - 어린 주제에 내딴엔 하향세를 느꼈다. 4집, 5집, 6집으로 차곡차곡
이어진 이문세에 대한 애정은 여기서 매듭을 짓게 된다. 그후 수년 후 '조조할인' 등의 노래를 좋아할 수 없었고, 다만 옛 기억을 누르지 못하고
몇가지 편집 앨범 등은 샀기는 했다만 이전 같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게 나였어'의 힘이 넘치는 도입부를 간혹 떠올린다.
90년, 비평준화 지역이라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3학년 교실은 묘하게 을씨년하다. 그 안에서도 자기가 구매한 신해철 1집이 정품이라고 우기는 아이들이 있었다.(지구레코드냐 서라벌레코드냐.. 이런 식으로. 아무튼 그중 한개는 분명 불량품일 터인데) 나 역시도 [무한궤도] 앨범도 어깨 너머로 듣긴 했고, 소풍 당시 들었을 때는 제법 좋구나라고 느꼈지만 구매하진 못했다. 왜 그랬나 모르겠다. 그 돈으로 알리사 밀라노를 구매해서 그런가? 하하. 아무튼 당시엔 신해철 음악을 잘 몰랐다. '안녕'을 좋아해서 라디오에 나오는걸 녹음해서 한동안 듣기도 했고, '연극 속에서'의 박력도 좋아했는데 말이지. 신해철 또는 넥스트 편력기는 고등학교 되서야 개막(!)된다.
할로윈 테이프 등을 주고받던 '음악 무리'들 중 한명이 내가 음악듣기를 좋아하는걸 알고 녹음 테이프를 떠줬다. 그중에서 가장 명징하게 기억나는 것은 첫번째 트랙 윌슨 필립스(Wilson Phillips)의 'Hold On'이었다. 비치 보이스의 따님 등이 주축이 된 3인조 보컬 그룹이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트랙인데,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급우 녀석이 자기 취향대로 할로윈과 앨리스 쿠퍼 등을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좀더 음악 취향의 전환이 이르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락 취향' 친구는 고등학교 되서야 만날 수 있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씨 앤 씨 뮤직팩토리(c&c music factory)의
'Gonna Make You
Sweat'가 낙양의 지가를 올릴 당시였다. 이 곡을 몰라도 특정 구절을 들으면 당신이 어떤 곡인지 알 것이다. 전자음악을 특별히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었는데 - 사촌 누나 방에서 들리던 런던 보이스와 펫샵 보이스의 영향? - 이걸 턱하니 구매할 줄은 나도 몰랐다. 좀 이른
선택이었다. 앨범 전체를 이해하고 껴안기엔 내 가슴과 머리(이해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로버트 클라이빌스, 데이비드 콜, 이 두 명의 'C'가
만들어낸 여타의 사이드 프로젝트나 몇군데 참여한 뉴 키즈 온더 블럭의 리믹스반 [No More Games] 같은 타이틀은 이후 구매하기도
하였다. 뭔가 마음에 들긴 했던 모양이지. 이렇게 테이프를 몇개 쌓여가고, 곧 중학교 졸업이 다가왔다. 조용한
사춘기였다.
[110502]
[5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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