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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결산 이후] 바깥 이야기 : 그 책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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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결산 이후] 바깥 이야기 : 그 책들.

trex 2012. 5. 5. 08:20

2012/03/08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개시

2012/03/16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2주차

2012/03/29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4주차

2012/04/09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5주차

2012/04/23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7주차

2012/04/27 - [음악듣고문장나옴] - [음악취향Y]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 베스트 80 - 8주차



+ 음악취향Y 링크 : http://cafe.naver.com/musicy/14886


- 80년대 결산이 마무리 되었다. 필자들끼리 속닥하는 장소(게시판)에서는 차트 바깥의 취향, 즉 미처 차트에 등재되지 못한 '자신만의 베스트 1장' 또는 '인생의 목록' 같은 것들을 개인별로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머리를 골몰히 굴려보았다. 내 개인의 목록이나 80년대 음반에 대한 편린들은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를 통해 이미 상당히 뱉었다고 생각했다. 즉 덧붙일 말은 2012년 현재 시점에선 없다. 그럼 무얼하면 좋을까. 80년대 결산 차트 바깥의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그 시절엔 하이틴 소설이라는 물건들이 있었다.



- 어제 춘천엘 잠시 다녀왔다. ITX라고 불리는 경춘선엔 '청춘'이란 이름의 열차가 운행하고 있었다. 비교적 젊은 우리들은 요새 자신을 스스로 '청춘'이라고 칭하진 않는다. 청춘이란 단어는 금세기 들어 다소간 회고적 정서, 늙스구레한 단어가 된 듯 하다. 누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한 모양인데, 요샌 조소거리가 되었다. 너나 고추 닦으세요. 암튼 80년대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쑥스럽진 않았던 시대였다. 풋풋함과 생동감이라는 기운을 긍정했던 시대였다. 그렇다. 촌스럽긴 하지만.




- 먼저 이규형의 [청춘스케치]가 떠올랐다. 포털의 책 섹션을 검색해보니, 어라? 90년에 1권이 출간되었단다. 내 기억의 문제인가 싶더니, 정작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저자 이규형이 직접 박중훈, 강수연을 캐스팅해 감독하였다)는 87년 개봉작이라고 정보가 나온다. 포털에 등재된 정보는 출판 판권이 다른 곳으로 넘어간 시점의 정보인 모양이다. 책을 처음 접하게 된 당시의 상황은 기억이 없다. 국민학교와 중학교 사이의 일이었던 듯 하고, 친구 누님이 보던 '결혼편'(아마 4권?)까지 빌려서 후다닥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청춘스케치]는 90년대가 아닌 80년대의 기억이 맞다.



내용은... 어찌보면 [엽기적인 그녀] 같은 PC통신 소설류의 원형이랄까. 성격도 외모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그러나 덜렁대는 한 남학생이 예쁘지만 성격은 괄괄한 여학생을 만난다. 그리고 연애한다. 연애사는 소동이 되고, 위기도 찾아오고, 결실은 이뤄진다. 이규형의 이 하이틴 로맨스 소설은 (당연히)평단에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급기야 영화화의 수순을 밟았다. 영화는 정작 본 적이 없기에 말할 순 없지만 기본 뼈대는 동일하되, 시한부 인생의 '보물섬' 캐릭터 등이 등장하는 등의 다른 디테일이 있는 듯 하다.(내 기억이 잘못될 수 있음을 유념하시길 바란다.)



하이틴 소설의 시대는 잡지 [여학생], TV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뤄질랑말랑하는 연애와 캠퍼스 생활에 대한 터무니없는 동경, 첫 데이트에 대한 두근두근한 준비, 소방차의 음악 등등 지금 생각하면 피싯하는 웃음이 나올 요소들의 시대였다. 이규형의 소설 [청춘스케치] 역시 그 시대를 스케치할 대표적인 표상 중 하나였다. 다만 캠퍼스 연애편을 넘어 결혼 생활까지 이어진 구성은 지금 생각해도 무리라고 여겨지지만. 게다가 포털에서 다시 검색 버튼을 눌러보니 감독이자 작가 이규형에 관한 가장 최근의 뉴스는 사기혐의 기소... 요샌 어떤지 모르겠다.




- [청춘스케치]가 '미리 쓰여진' [엽기적인 그녀]풍의 작품이었다면, 박준형의 작품 [닐리야의 일기], [펑크맨과 지현이] 등의 작품은 '미리 쓰여진' 귀여니 소설이랄까. 그런 츄잉껌 같은 정서가 있었다. 진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중학교 중퇴였던가 고등학교 중퇴였던가하는 젊은(어린?!) 박준형의 이 작품들은 [청춘스케치]처럼 연애사를 다루고 있지만 보다 저연령대 공략 도서였으며 다소간 얄팍하였다. 



[청춘스케치]가 (성적표는 바닥이지만)건전지향성의 캠퍼스 연애를 다루고 있다면, [닐리야의 일기] 1,2권은 성적도 바닥이거니와 가정내의 폭력 등의 환경에 익숙한 문제아의 연애를 어둡지 않되 다소 꿀꿀한 정서로 유머러스하게 묘사하였다. 그럼에도 80년대 답게 언제 첫 키스를 하느니, 상대방 가슴이 풍선 같다느니 묘사하는 등의 순진무구한 애욕은 [청춘스케치]나 [닐리야의 일기] 공히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것이 박준형의 후속작 [펑크맨과 지현이]에 접어들어선, 자기복제와 어쩌자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던 막가파 문체와 구성 부족으로 인한 흥미반감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이런 덕분에 하이틴 소설을 끊을 수 있었다. 어차피 내 개인의 시대는 90년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 80년대엔 이문세의 앨범도 있었고, 변진섭의 데뷔도 있었고, 롤러장을 출입하는 동년배들도 있었던 한편, 이런 도서들도 있었다. 이현세와 김형배의 이름 같이 내 유소년기를 채운 만화가들 역시 80년대의 이름이었다면, 나머지 조각들은 이런 책들이 남은 몸통을 완성하였다. 반질하지도 않고 어여쁘지도 않지만, 못난만큼 딱 80년대다운 표정을 한 채로. [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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