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깜놀!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본문
+ 웹진 ( http://hook.hani.co.kr/archives/44591 )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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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한류라는 이름으로 북적북적한 한국가요계지만, 속사정은 밝지 못하다. 수치상으로 본다면 문화상품 중 효자 품목은 차라리 온라인 게임들(의 매출)인 것이 사실이고, 한류 열풍이라는 마케팅 언어도 안팎으로 의구심의 대상인게 (어느정도)사실이다. 거기에 올해 초기부터 '온라인에서의 음악전송 사용료 징수규정'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가는 형편이다. 통신사 위주의 음악 유통 구조라는 모순된 고리를 끊고자 소규모 자립음악가부터 인디 레이블, 중견 제작자들까지 한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런 내부 진통에 이어 이젠 외적인 충격도 감당해야 할 형편이다. 당장 8월 18일부터 시행되는 영상물 등급 위원회의 '뮤직비디오 사전분류'가 바로 그것이다.
내용을 보자면 이제부터 온라인에 노출되는 뮤직비디오 영상물들은 영등위를 통한 사전등급 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같이 전 세계의 유튜브에 화제가 된 뮤직비디오 같은 작품들 역시 앞으론 등급분류를 거치고 난 뒤에야 온라인에 노출될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뒤이어 트위터를 통해 현역 뮤지션들이 성토의 140자를 내놓았고, 일부 현역 제작자들의 보도자료를 통한 반박도 있었다. 하지만 좀더 심한 경우는 현역 제작자들 상당수가 영등위의 발표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영등위의 발표로는 지난 7월 18일(즉 시행을 한달 앞둔 시점)에 '영화 예고편 및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가이드라인을 설명하는 설명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곳의 소수 참석자로는 당연히 본 이슈에 대한 전파가 무리가 있었을 것이고, 당장의 시행은 몇주를 남기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현역 뮤지션들은 물론이며, 일반 네티즌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 같이 몸서리칠만한 전례상의 규제와 금지 규정들처럼 이런 이슈를 반기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한국 대중문화사의 암흑기였던 70년대와 80년대를 연상케하는 사전검열의 기운을 반길리가 만무하고, 영상물을 CD-R에 담아서 제출한다는 방식의 고루함이 역시나 비웃음의 대상이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급작스레 시행된다는 이야기만 전파되고 있는 형국이라, 이런 일방통행 방식에 대한 반발조차 예상 못했다는 것은... 역시나 '참으로 영등위 답다'는 비아냥의 답변으로만 점철된 형편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서둘게(또는 서툴게) 하는 것일까?
당장의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영등위의 설명에 따르면 영상물이 게재되는 온라인 공간은 사실상 블로그와 카페 같은 개인(또는 개인화) 서비스는 물론이며, 국내 유수의 음원 유통 채널 서비스와 심지어 유튜브 같은 해외 서비스를 포괄하고있다. 그렇다면 18일 시행 이후 사전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상물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는것을 국내법상 현실적으로 막을 방도가 있을까? 대다수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게다가 한해에만 수천편씩 제작되어 대형 제작사와 군소 제작사의 뮤직비디오를 심사할 인력과 시간은 충분한가?
두번째는 점차 정규 앨범(소위 풀렝쓰 음반이라고 불린다)이 아닌 미니 앨범과 EP 앨범으로 명명된 '단타형 히트' 앨범 제작 편도로 굳혀져 가는 주류 음악 시장의 구도에 따른 문제이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등급분류 시간이 14일 소요(실질적으로는 7-10일)되는 현실이라면, 제대로 된 홍보 전략 편성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 일정 규모 이상의 제작사들이 가진 의문이다. 영등위는 이에 대해 '등급분류 처리 물량에 의한 일정상의 문제는 야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부족한 설명으로 초반의 혼동은 불가피한 상황 같다.
세번째는 음반 홍보나 마케팅에 대해 한계가 명확한 인디레이블이나 자립음악가들의 현실에 관한 문제이다. 자비로 제작한 음원과 영상물이 현행법에 의해 위반의 대상이 되면, 업로드 사항이 발견시 벌금 2000만원 혹은 2년의 징역감이 된다. 주요 방송사 채널에 대한 협조를 받는 것도 힘든 이들이 힘을 들여 영상물을 제작하고 등급분류 신청을 위한 다난한 과정을 거칠지나 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창작 의욕저하 진흥책'으로 보일 지경이니 긍정적인 반응이 전무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초에 심의라는 단어 자체가 창작력과 상상력을 일정 폭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간략히 살펴본 것으로도 8월 18일부터 시행되는 '뮤직비디오(음악영상물)에 대한 사전 등급분류 심의'는 상당간의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문제는 적극적인 보이콧의 움직임보다는 이런저런 반발 여론만이 드글드글한 상태며, 등급분류 심의 자체는 분명한 강행의 의지가 보인다는 점이겠다. 영등위의 설명은 이번에도 '등급분류를 통한 청소년 보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민간 단위의 자정과 지도가 아닌 심의라는 이름의 철퇴가 표현의 자유와 문화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언제나처럼 일방적인 소통과 발표를 앞세운 이번 이슈처럼 문화를 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은 변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더운 날의 가열찬 뒷걸음질. [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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