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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맨 오브 스틸]

trex 2013. 6. 15. 23:51



히어로물을 볼 때마다 제일 아쉬운 대목은 결투의 피날레가 대개는 싱겁다는 점이다.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것이 최상의 목표인양 스몰빌에서부터 메트로폴리스까지 배경삼아 힘과 스피드가 자아내는 폭력의 쾌감을 맘껏 전시한다. 집과 빌딩은 무너지고, 열차는 박살이 나고 수천장의 창문들이 유감없이 박살난다. 기술적 제약이 많았던 시대의 리차드 도너판은 물론이고, 소수의 지지만 받은 [수퍼맨 리턴즈]에게도 과시하듯 보여주는 광경들이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의 미덕은 격정적인 결투 장면들보다 켄트 부부가 클라크에게 주는 사려깊음이다. 다이안 레인과 케빈 코스트너는 자주 등장히지 않지만, 뱉는 한마디 한마디로 최상의 부모를 묘사해낸다. 잭 스나이더가 이런 대목을 잘해낼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런 미덕을 보여주는 초중반 이후의 정신사나운 폭발들은 [서커 펀치]의 하일라이트 모음집 같은데 그렇게 좋다고 말하기엔 힘들었다. 무엇보다 첫 비행 묘사가 찌릿하지 않다면 수퍼맨 리부트라고 하기엔 부끄럽지 않은가. 그럼에도 실패했다.



한스 짐머는 지하에서부터 울려퍼지는 장중하고 무게감 있는 사운드트랙을 [다크 나이트] 3부작에 이어 이번에도 제공하는데 확실히 좋긴 하다.(물론 메인 테마는 배트맨의 것에 비해 희망의 정조가 있다) 문제는 좀 줄여도 된다는 점이다. 음원 제공자의 문제인지, 음원을 받아 편집한 쪽의 문제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결국 잭 스나이더가 좋은 감독이 아님은 상당 부분 드러나는 듯 하다. 벌써부터 2편 또는 [저스티스 리그] 관련 내정 이야기가 나오지만 다소 갸우뚱한건 사실이다.



불만들을 이야기했지만, '비긴즈'로서의 [맨 오브 스틸]은 전반적으로 준수하다. 리부트이면서 자신만의 이야길 하기 위해서 시리즈의 전통 중 하나를 깨부순 대목도 인상적이고, 힘찬 출발이고 외적인 품질도 우수하다. 당연히 이쪽 세계관을 앞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고, 후편도 봐야할 팔자겠지만 다시금 몰려오는 [수퍼맨 리턴즈]에 대한 기억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는 사실이 갑작스레 난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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