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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trex 2014. 5. 21. 21:27

영화는 공교롭게 고인이 된 루 리드의 Walk on the Wildside로 초반을 연다. 루 리드의 무심한 보컬도 좋지만 이 곡의 후렴구, 뚜릅뜨뜨를 잊기는 힘들다. 마키 마크 앤 펑키 번치도 샘플링하여 Wildside로 재현하던 그 후렴구. 거기엔 백업 가수라 불리운 소위 코러스 또는 백보컬 싱어들이 있었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 부문에서 모든 이가 유력하게 수상을 예상한 [액트 오브 킬링]을 제치고 상을 받았다. 보아하니 그럴만도 했다 싶었다. 아카데미 자체가 작품성과 영화 미학의 독창성 보다는 당대의 맥락과 그들만의 기조로 움직인 덕이 컸고, 다양한 대중음악 영상 아카이브, 든든한 인터뷰 인선(브루스 스피링스틴, 믹 재거, 스팅, 베트 미들러, 스티비 원더 등), 무엇보다 요새 미국 다큐 다운 날렵한 편집이 상을 가능하게 하였다.


백인 여성을 주조를 이룬 팝 역사 초창기의 풍경에서 흑인 음악의 '하체 지향 매력'이 팝과 락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개막시켰고, 여기에 가스펠 구성에 익숙한 흑인 여성 백업 가수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었다. 본작은 작은 의미에서 미국 대중음악사의 풍경 중 일부를 떼온 셈도 되었다. 가스펠 구성을 차용하되 곡의 주된 내용은 '섹스를 상징하는 신음 허밍'을 유쾌하게 삽입하며, 로큰롤과 팝의 외연은 확장되었다. 여기에 일취월장한 젊은 거장들을 배출한 영국 음악씬은 이런 기운을 흡수하였고, 여성(또는 인종)해방과 상업적 이용 사이에서 음악씬과 사회는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여기에 사람사는 세상 안의 백업 가수들의 운명의 명멸이 도드라진다. 누군가는 솔로 진출로 팝 역사의 획을 그었지만, 당연 운과 시간대가 맞아야 성공을 거두는 뮤직 비지니스의 생리상 상당수는 역사의 (소위)뒤안길로 쓸쓸히 자취를 감춘다. 한 때는 롤링 스톤즈의 Gimme Shelter 안에서 믹 재거와 맞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상적인 목소리로 수놓던 그녀들인데, 누군가는 대리 녹음으로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계약사 안의 농간으로 찬밥 신세를 감당해야 했다.


영화는 완만하게 이들의 인생을 응원하고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가 이어짐을 이야기한다.(왜 아니겠는가) 여기엔 은연 중 자신들의 대중음악사의 밝음과 그늘 모두를 긍정하며, 자긍하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래. 이 또한 왜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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