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신해철에 대해 만나서 이야기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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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에 대해 만나서 이야기하다.

trex 2014. 6. 21. 14:29

박병(이하 ) : 오랜만입니다.

렉스(이하 ) : 우리가 오랜만인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새삼 오랜만이라는 인사는 필요없지.



박 : 아무튼 간만에 신보입니다!

렉 : 별 설렐 일도 아니구먼 제법 고양 되셨구려?

박 : 한때 팬이셨다면서 너무 냉하신 거 아니신지요? ^^);;

렉 : 이모티콘 쓰지 마!



박 : 어쨌거나 음반으로는 근 6년만 아니겠습니까?

렉 : 6하고 인연이 참 많은 양반 같아. 지난 음반 제목이 『Trilogy 666 part.1』였잖아. 결국 마무리 짓지도 못한 3부작이었지만. 악마의 숫자 가지고 똥폼 잡더니 그냥 6년 만에 홀로 돌아 오는구먼.

박 : 게다가 솔로반 넘버링으로도 6집이라고 하잖습니까? 6이라는 숫자와는 인연이 많은 건 사실 같습니다. ^^

렉 : 이모티콘 쓰지 말라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신보가 솔로 6집인 거지? 계산법이 어떻게 되는 거야?



박 : 솔로 1집 - 『Myself』 - 『정글 스토리』 사운드트랙 - 『Crom's Techno Works』- 『모노크롬』- 이번 6집 아닐까요?

렉 : 솔로 1집 - 『Myself』 - 『정글 스토리』 사운드트랙 - 『모노크롬』- 『The Songs For The One』- 이번 6집 아닐까?

박 : 솔로 1집 - 『Myself』 - 『정글 스토리』 사운드트랙 - 『Crom's Techno Works』- 『The Songs For The One』- 이번 6집 일수도 있지요. 모노크롬은 아무튼 솔로 프로젝트이기도 하면서 공동 작업의 성격 반반이니까.

렉 : 솔로 1집 - 『Myself』 - 『정글 스토리』 사운드트랙 - 『노땐스』- 『The Songs For The One』- 이번 6집 아닐까?

박 : 그만하시죠;; 어차피 노땐스도 윤상과의 공동 프로젝트라 솔로반이라고 하기 뭐하지 않나요.





렉 : 아무튼 6집은 맞긴 한 거지?

박 : 네 『Reboot Myself』란 타이틀로 파트.1 음반을 낸다더군요.

렉 : 또 파트.1이야? 『Trilogy 666 part.1』처럼 기약 없이 일 벌이는 건 아니고?

박 : 연말 안에 마무리되지 않을까요? 또 설마하니 기약없는 Prat.2의 표류는 없겠죠. 없어야만 하겠죠. 하하.

렉 : 믿을만한 사람을 믿어야지. 이 무슨. 게다가 넥스트는 넥스트대로 신보를 준비한다면서?

박 : 저도 그게 어떻게 분리되고 일이 수렴되는지 판단이 안 서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 보실까요?

렉 : ....



박 : 신곡 「A.D.A.a」는 들어 보셨겠지요?

렉 : 아, 한 3번 정도 들어 보았지.

박 : 어떠셨는지요?

렉 : 예상을 깨는 말을 해줄까? 난 일단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어. 처음에 들었을 땐 '깬다.' 싶었지만, 애초부터 기대가 낮은 덕에 마음대로 하시라라는 마음이었는데 곡이 만들어진 모양새가 나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 세간의 말처럼 칭송부터 할 마음도 없지만 말이야. 괴상한 보도자료에 대해선 말하지 말자구.

박 : 전 조금 아연했는데, 곡 발표된 다음날인가 이틀 후였는가 공개된 뮤직비디오를 보니 만든 의중을 조금이나마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난기가 있으면서도 아카펠라라는 공정을 기술적으로 구현을 해냈다 이런 자신감 같은게 있었어요.

렉 : 단톡방에선 이혁재 분신술 같다던데?

박 : 하하하하.



렉 : 그런데 가사는 좀... 뭐 물론 '궁상맞아도', '눈치 보고 살지 말고, 떳떳하게!'라고 하는 메시지야 신해철 음악에서 한 두 번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좀 너무 가볍게 들리는 부작용이 있더군. '궁상' 계열의 「백수가」(정글스토리)나 「매미의 꿈」(신해철), 「백수의 아침」(비트겐슈타인)나 '눈치' 계열의 「아주 가끔은」(정글스토리), 「R U Ready?」(넥스트)는 그래도 음반 안에서 맥락을 지닌 채 중량감은 나름 있던 곡이었잖아? 그런데 짐짓 가볍게도 들릴 수 있는 가사를 예전 같지 않는 보컬로 수많이 트랙으로 일일이 만들어 짜 맞추고, 돌리고 하니까 사람들이 들을 때 당황하겠다 싶더군.

박 : 말씀하신 곡 중 「백수의 아침」은 저에겐 그다지... 좀 신통찮게 들리는 곡이라서요. 아 첨언할 필요도 없겠지만, 저 비트겐슈타인 음반은 좋아합니다!

렉 : 나도 좋아해. 난 심지어 『개한민국』조차도 나름 쉴드 치는 입장이라고?

박 : 에에엑?



렉 : 음 되돌아보건대, 『개한민국』은 말이지. 더블 음반으로는 몹시 나쁜 음반이었다고 생각해. 좀 무리하게 판을 벌인 듯한 기분이었고, 양 사이드의 컨셉도 잘 구현되었다고는 보진 않아. 그래도 좋은 싱글 몇 개가 있어 기억할 수 있는 음반이야. 「Generation Crush」, 「서울역」같은 곡들은 작곡은 예전 같지 않더라도 가사와 연출이 좋다고 생각해. 반면 「Dear American」이런 류의 곡들은 같은 음반의 「남태평양」보다 더 싫었어.(고개 절레절레)

박 : 렉스님은 신해철 음악의 진수랄까. 그 가치를 가사에서 많이 찾으시는 거 같아요.

렉 : 그런가? 뭐 사실 가사 좋고 곡 구성 좋으면 그걸 싫어할 수가 없잖아? 「그 들 만의 세상」(from 『Homemade Cookies』) 같은 건 지금 들어도 죽이지 않나? 그 가사 안에 신해철이 그동안 불러온 외부를 향한 메시지의 상당수는 담겨 있다고 생각해.

박 : 저는 가사 이런 건 잘 모르겠고요. 그냥 신곡이 낯설고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발라드나 일렉트로니카 이런 것도 아닌 방향이라서 의외였고 신선한 면도 있었습니다.

렉 : 그런데 이렇게 보컬 트랙을 수없이 녹음해서 짜 맞추고 만든 노가다의 형태를 보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모노크롬), 「Show Me Your S.E.X」(『나의 P.S 파트너』 사운드트랙)를 만들던 신해철에서 그렇게 거리가 멀지 않은 거 같아. 짧은 몇 줄의 가사를 분해해서 재조합하고 수없이 반복하거나, '니 팬티를 보여'달라는 가사로 7분여간 집착 쩔게 진행하는 근성은 신해철이 아니면 또 상상하기 어렵거든.

박 : 『The Songs For The One』 이후로 등지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렉 : 이 자식이...



박 : 아무튼 신곡 공개 이후 신보로 사람들의 등 돌린 관심을 다시 끌 수 있을까요?

렉 : 뮤지션 마인드 자체가 등진 팬들 안 돌아보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알게 뭐니.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을 테니 이런 곡도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일단 듣는 입장에선 나머지 곡이 어떨지 궁금한 거니까. ...난 궁금하기나 한 걸까?

박 : 지금 누구하고 대화하시는...? 그러고 보면 신기한 게 『Trilogy 666 part.1』는 음반을 구매해놓고도 뭘 들었는지 기억이 통 안 나는군요.

렉 : 그런 네놈은 『ReGame』음반 발매 날 양복 입고 구매했다면서? 푸하하하.

박 : 그 이야긴 하지 마시죠?;;;

렉 : 땀 이모티콘 쓰지 마!





박 : 그러고보면 발매예정 음반 제목이 『Reboot Myself』인걸 보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절치부심이랄까요 그런게 느껴집니다.

렉 : 제목에 책임져야 할 음반인데 말이지. 마이셀프하면 젊은 시절 보여준 자신감에 걸맞는 의미있는 음반이었잖아? 그 제목을 들고 다시 들어왔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자칫하면 나르시시즘이다 뭐다 부메랑으로 혼쭐이 날지도.. 뭐 리부트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리부트물도 스타트렉은 근사했지만 로보캅처럼 참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영화계에 많았잖아?

박 : 전 로보캅 리부트 좋았어요. 인자한 게리 올드먼 아저씨 상냥해...

렉 : ED-209한테 밟히고 싶냐?



박 : 음악 이야기로 돌아오시죠 하하. 아무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신해철은 솔로반 공개 파티 때 넥스트의 새 멤버로 원년 멤버였던 정기송씨 등을 소개했다면서요?

렉 : 그런데 정기송씨 가입 이야기야 이미 5월에서부터 나왔던 거야. 신해철은 『ReGame』 당시엔 김세황 카드를 꺼내 들더구만 이젠 정기송을. 인연이 무슨 죄야.

박 : 넥스트라는 이름이 참 신해철씨를 계속 죄는듯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렉 : 본인이 싫다면 설마 그걸 하겠어. 다만 난 비트겐슈타인 활동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쪽인데, 결국 비트겐슈타인 당시의 요소들이 『Trilogy 666 part.1』등에도 나름 스며 있다니깐? 새 활동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라고 봐. 「껍질의 파괴」 같은 곡은 그냥 당대에 맞는 곡이라고 생각해. 그런 게 2010년대에 다시 나온다고 크게 의미가 있을까?

박 : 새삼 렉스님이 신해철의 솔로 활동이든 밴드 활동이든 일관된 하나의 줄기로 보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렉 : 『The Songs For The One』 정도 빼곤 그냥 다 그런거 같아. 일렉트로니카로서의 방향이든 락 밴드 프론트맨으로서의 방향이든 결국 음반들 안에서 만나고 갈라지고 그러는거 같아.



박 : 아무튼 여러 부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음악에도 한번 기대를 하신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렉 : 아니.


[1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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