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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밀 마리오는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trex 2014. 6. 23. 19:37

5월 말부터 6월 중순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맥도날드를 휩쓴 해피밀 마리오 굿즈 열풍. 이 글을 쓰는 나에겐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던 날 오후, 뜻하지 않은 구매 열기를 귀갓길에 체험한 이후 깊은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2차 판매가 있었던 6월 16일. 또 한 번 거짓말 같은 매진 행렬이 마무리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인상적인 이슈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이 글은 해피밀 마리오가 여러 사람에게 남긴 기억의 모음집이다.






1.


역겹지 않나요? 언론들은 쉽게 말하더군요. 키덜트니 매니아 문화 등 잘도 갖다 붙이죠. 정말 그럴까요? 자정 전후에 매장에 들이닥쳐 20개, 30개 주문한 그 녀석들이 매니아라고요? 정말 콜렉션의 쾌감을 안다면 적당한 선을 알지 않았을까요? 걔들은 뭐를 위해 그렇게나 주문한 걸까요? 뭐 걔들이 다음날 중고나라에 매물을 올린 되팔이 계정이라고 생각하곤 싶지 않아요. 다 각자 사정은 있겠지요. 아무튼, 그런 사람들과 저를 언론들이 한데 키덜트니 매니아로, 별종으로 묶는 건 거부합니다. 기껏해야 스마트폰 화면 보면서 기다리던 녀석 중에 진정 마리오를 향유했고 지금 누리는 사람들이 몇몇이나 있을까요? 해피밀 굿즈 하나 받겠다고 줄 서는 행위를 대단한 열정이나 매니아의 도쯤으로 미화한다면, 저도 매니아 축에 못 들지만 부끄럽고 화난다고요.


네? 앞에 계신 분도 NDS가 있으시다고요? 호오라… 그럼 함 까봅시다. 혹시 불법 롬팩으로 게임 타이틀 수북하게 담고 플레이하시는 건 아니겠죠? 네? 왜 답을 못하시죠? 마리오 게임을 할 때 비밀 루트나 파고들기의 요소 같은 걸 꿰고 계세요? 에뮬레이터 게임 말고 콘솔로 엔딩 본 타이틀이 다섯 개 이상은 되세요? 딱 까놓고 말해서 마리오 정말 좋아하세요? 왜 가지고 싶으셨던 거죠? 남들이 하니까 막 가지고 싶으셔서 그러신 거 아니실까? 말 짧고 빨라지는 건 죄송한데요. 앞에 계신 분이나 줄 서신 분들이나 뭐 좀 그렇네요. 장난감 하나 받겠다고 줄 선 처지는 비슷하고 저도 어찌 보면 할 말은 없는데요. 암튼 한데 묶이는 건 거부합니다!


- 최성규 (가명.24세 : 마리오 카페에서 ‘닌땡도이즘’로 활동 중)





2.


좀 서운하다 이겁니다. 형님 처지와 인지도도 이해하고요. 여러 사람이 폭넓게 보내는 지지도 이해 하는데요. 게임이나 장난감 수집 문화가 사회적으로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한국의 처지는 익히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초청받지 못했다는 게 참 못내 서운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겠고, 그런 건 알겠는데요. 먹보 공룡놈과 납치 오타쿠 공주 Bitc…아니 피치는 제공 됐는데 그 무대에 정작 인지도 면에서 달리는게 없는, 제가 없다니요! 다음 라인업에선 좀 잊지 말고 부탁합니다. 제발!


- 루이지 (나이 불명 : 마리오의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 1983년 데뷔)






3.


“간단합니다. 이번 해피밀 마리오 사태는 장 보드리야르의 진단대로 맥도날드는 버섯 왕국 전체가 실은 맥도날드임을 은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극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맥도날드는 실체임에도 상상적 세계이며, 그곳에서 제공되는 굿즈와 버거들은 일종의 파생 실재와 시뮬라시옹의… 아. 그렇다면 왜 맥도날드는 버섯 버거를 팔지 않는 것인지!”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장 보드리야르 인용은 교수님께서 풀어서 말씀하시는 이야기와 그렇게 이론적으로 맞지도 않고, 게다가 맥도날드와 닌텐도는 어차피 별개의 글로벌 기업이라…”

“…”

“…”

“니가 게맛을 알아?”

“네?;;”

“니가 롯데리아의 최대 성공작 게살버거를 아냐고! 맥도날드는 상하이치킨버거 말고 먹을게 없어. 니가 게살버거를 아냐고?”

“무슨 말씀이세요;;”

“야. 맥도날드 게객끼 해봐. 게객끼-.”

“…;;;”

“이거 이거 보아하니 너 우리 학교 학부생 출신 아니지? 우리 학교 학부생 출신 아니면, 대학원을 다녀도 교직원과 마찬가지로 여기 구성원이 아니에요!”


- 패스트푸드 우마이 쿠파 교수 (48세 : S대 교수, 2010년 한국 귀화)







4.


2014년 6월 19일 날씨 더움


아빠가 슈퍼 마리오를 구해오지 못했다고 너무 미안해 하시며,

SD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의 신안주를 조립해 주셨다.


아빠.

아빠.

나 마리오 필요없어요. 이상한거 조립 안하셔도 돼요.


아빠. 제발 헬로카봇 산타페 레스큐 사주세요.

판매가 44,800원. 마트에서 어쩌면 할인할지 모르는

헬로카봇 산타테 레스큐 제발 사주세요.


아빠는 PG 마크투 조립하면서 20만원 썼다고

엄마한테 두들겨 맞았으면서 왜 나한테는 그런 거 안 사줘요.

아빠.


꼭 사주세요.

마리오는 됐어요.


- 신동우 (가명.6세 : 서울성북구 거주)






5.


마리오감도 시제1호


13인의아해가매장으로질주하오.

(줄이길어2층으로이어짐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10개를주문하오.

제2의아해가30개를주문하오.

제3의아해가20개를주문하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지랄났다그리오.

제13의아해가부인에게타박당하오.


13인의아해는구매할아해와구매할까고민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함께하잔마리오운동이라고노숙자에게버거를준다안내전단지를주오.

(입은뚫린입이라고구타욕구발현에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알아서버거도먹을테니신경끄는게좋소.


- 신 림 (필명.40세 : 시인, 한국 문단의 벼락)



[140620]




+ 웹진 다:시 게재 : http://daasi.net/trex/2014/06/2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