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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Reboot Myself Part 1』

trex 2014. 6. 29. 20:28




신해철 『Reboot Myself Part 1

대영에이브이 | 다날 엔터테인먼트 / 2014년 6월 발매



01. A.D.D.a 

02. Catch Me If U Can 

03. Princess Maker 

04. 단 하나의 약속 



『The Songs For The One』 같은 예외 정도를 제외하고는, 신해철의 디스코그래피는 솔로 활동과 밴드 활동 구분 없이 그의 취향 일면을 숨기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현재 시점에서의 마지막 넥스트의 음반 『666 Trilogy Part Ⅰ』에서 「The Empire of Hatred (증오의 제국)」이 『The Return Of N.Ex.T Part.1』 시기의 에너지를 복원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었다면, 「개판 5분전 만취 공중 해적단 part II(Totally screwed up Drunken Aero-Pirates)」는 비트겐슈타인 시절의 굴절된 반복 같았다. 「Dance United」에서 『R.U Ready?』를 연상하는 만큼 쉬운 일은 없었고, 여기에서조차 비트겐슈타인 풍 어르신 개그 사족은 차마 버리지 못한 유산이었다. (대관절 웬 선짓국?) 마지막 곡이자 모노크롬과 넥스트의 합체 로봇 같았던 「Cyber Budha Company LTD.」만이 다음 2부를 기다리게 만든 동력이었다. 결국, 그 동력은 6년 안에 재현되지 못했다.



창작자 본인은 6년이나 쉰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기실 그가 무기한 휴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Show Me Your S.E.X」 같은 곡들은 영화 수록곡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넘기기엔 아쉬운 면이 크고, 일단 『Reboot Myself Part 1』이 하루아침에 근거 없이 나온 물건은 아니었다. 보도자료에서 밝혔듯 「Princess Maker」 등엔 전임 밴드 멤버들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가장 먼저 발표한 싱글 「A.D.D.a」는 형식적으로 아카펠라를 빌려 왔다뿐 수없이 녹음된 보컬 트랙의 오버더빙을 앞세운 그다운 시도다. 그 곡들이 놓여 있는 자리가 모노크롬이든 넥스트든 심지어 신해철 솔로반이든 이제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좋은 보컬리스트의 자리보다 걸출한 엔지니어형 음악인으로의 자리매김? 현재 시점 신해철의 위치를 굳이 정의하자면 그쪽이 어울릴 터이다.



물론 『Reboot Myself Part 1』의 지향점은 1991년 발매작 『Myself』 당시의 음악적 관심사의 재현과 기술적 한계의 돌파일 것이다. 당시와 비교가 안될 만치 신해철의 가사는 뾰족함과 냉소의 함유량이 늘었다. 세상의 순정함과 자정작용을 더는 긍정하지 않는 이 회의주의자는 훵키 일변도의 「Catch Me If U Can(바퀴벌레)」의 말미에 꾸부정한 태도의 경상도 마초를 소환한다. (이 마초는 눙치기 선수 같았던 강산에의 「와그라노」의 경상도 화자와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듯하다.) 한편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의 도입부를 빌려온 듯한 「Princess Maker」는 1991년 당시보다 이전 과거들, 서울의 불야성을 채운 머레이 헤드(Murray Head)의 「One night in Bangkok」 류의 뉴웨이브 팝을 재현하는 데 주력한 듯하다. 그래서 분명 시작은 넥스트였을텐데, 결과적으로는 신해철의 솔로 결과물로 완료된 이런 곡들의 변모 과정이 더없이 궁금하다.



그에 비하면 「Here I Stand For U」의 가사를 다시 가져온, 「단 하나의 약속」은 반갑고 뭉클하다기보다는 음악인 개인의 만족도 충족으로 보인다. 짧은 음반인 만큼 성취도와 완성도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음악인의 의도를 좀체 판단하기 힘들었거니와 듣는 입장에서의 석연찮음이 적지 않았던 『The Songs For The One』과 달리, 여전히 사운드와 개별 요소들의 묶음과 재조립에 천착하던 비교적 익숙한 '그' 신해철의 모습에 가깝다는 점에서 반가운 음반이다. 예정대로 가을에 발매된다는 약속이 지켜진다면, 넥스트의 새로운 음반과 함께 '족보 따지기'는 보다 복잡해지겠지만 아직은 따라갈 여력은 있다.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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