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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추억의 마니]

trex 2015. 4. 10. 14:25

예전 지브리 작품들에겐 어떤 축제같음이 있었다. [붉은 돼지] 같은 대표작은 물론이거니와 [원령공주] 같은 스산한 작품에서조차도 이상한 축제의 흥분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브리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추억의 마니]엔 파티라는 부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징한 실패작인)[바람이 분다]를 연상케하는 지나간 것의 쓸쓸한 정서가 있다. 이것이 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담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나에게 마니는 한낱 유령이나 실재감을 가진 애착의 대상의 의미를 넘어선, 사춘기까지의 성장에서 야기된 결여의 총본산이다. 이 총본산급 결여는 나중에 하나의 스포일러를 품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매애 감정과 이야기 본연의 미스테리함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체가 담고 있는 극복과 배려의 구성 자체이기도 하다.(게다가 안나는 그 과정에서 마니를 제외한 대다수의 모두에게 그만큼의 배려도 쏟지 않을만큼 적당하게 사춘기의 얄팍함을 보여준다.)


아무튼 나는 이 마무리에 뭉클했다. 남의 나라 이야기에 내가 심하게 관심이 없음을 깨닫게 된 - 덧붙여 관람을 후회한 - [가구야 공주]로 지브리와의 안녕을 고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그 특유의 감흥과 제작사의 여정이 보여준 귀결에 나는 아쉬움을 담으며 인사를 보낼 수 있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마지막 극장판을 만들어야 할 인력 일부가 여기에 녹아나 있었다고 생각하니 눈물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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