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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vita : 드래곤즈 크라운

trex 2016. 11. 26. 10:44

캡콤은 9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레지던트 이블], [귀무자], [데빌 메이 크라이] 등을 위시로 하여 슬슬 가정용 게임기에서의 3D 타이틀에 대해 비중을 높여가고 있었다. [스트리트 파이터2]의 역사적인 성공 이후로 여러 밸트 스크롤 액션 게임과 격투 게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제 아케이드 센터에서 가정의 거실로 이동하고 있었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시장의 수순이었다. 캡콤의 아케이드 게임 [던전 앤 드래곤즈] 시리즈는 이들의 2D 게임계의 마지막 명작이라는 운명을 안고 아케이드 센터에서의 불꽃을 발하게 되었다.(한편으로는 [워저드]를 시작으로 새로운 CPS 기판의 성공을 과시해보인 [스트리트 파이터3] 이후 파생된 일련의 시리즈가 가진 책임감 역시 막중하였다.)


[파이털 파이트] 이후 공격과 점프 버튼 2개, 이 버튼 2개의 조합으로 인한 메가 크래쉬라는 공격 방법을 채택한 전통을 [던전 앤 드래곤즈]는 조금 더 복잡한 조작법과 파고들 요소 등으로 변모시켰고 이는 유효하였다. [매직 소드], [킹 오브 더 드래곤] 같은 유사 타이틀에서 이미 레벨업과 무기의 교체 등의 액션 RPG적 요소를 함유했던 캡콤은 아예 판권을 사오는 방식으로 [타워 오브 둠], [쉐도우 오버 미스타라]라는 던전 앤 드래곤즈 아케이드 시리즈를 구현하였고 유저들은 열광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워 오브 둠에서 잠시 주춤했던 아케이드 유저층은 쉐도우 오버 미스타라에서 다시 모였고, 그들은 재빠른 던전 공략, 숨겨진 요소 찾기의 노하우 등을 공유하며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카미타니 조지는 이런 캡콤 내부에서 던전 앤 드래곤즈 시리즈의 게임 기획을 맡았던 인물이다. [드래곤즈 크라운]을 지휘한 그의 입장에서 유사한 게임의 분위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역사적인 아이러니라면 드래곤즈 크라운이 콘솔로 출시되는 시점에 캡콤 측은 별반 반응이 신통찮았던 스팀판 던전 앤 드래곤즈 합본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이 유치한 맞불 작전은 언제부턴가 게임계의 조소 대상이 된 캡콤에게 에피소드만을 하나 추가했을 뿐이다. 아무튼 카미타니 조지가 수장을 맡은 바닐라웨어의 [드래곤즈 크라운]은 관련작들의 영향력은 엿보이되, 그 안을 살펴보면 독자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콘솔(및 포터블) 게임 팬이라는 계층은 다수이고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콘솔 게임에서 콘솔만이 줄 수 있는 경험치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성장시킨 아케이드 센터의 기억을 환기시킬 고풍스러운 경험 역시 원하기 때문이다. 드래곤즈 크라운은 어느정도 이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 전형적인 자코 물리치기 -> 보스전의 방식인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외형을 지녔고, 캐릭터 성격이 가진 전형성 덕에 선택도 용이하다. UI를 뜯어보면 던전 앤 드래곤즈와 상당히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제작사 바닐라웨어가 가진 로망이 엿보인다. 그것은 그들이 꿈꾸는 비전 중 하나인 온라인 게임에 대한 어느정도의 토대가 숨어있다. 아이템 파밍 요소와 비슷한 배경과 크리처에도 불구하고 계속 게임을 붙잡게 만드는 반복과 변주의 연출에 대한 고민이 스며있다.


이는 성공적이었을까? 크지는 않은 듯하다. 상당수 유저들은 드래곤즈 크라운을 길게 잡는 타이틀이라기 보다는 어느정도 자기가 얻은 성취에 만족한다면 쉽게 놓는 타이틀 중 하나라고 인식한 듯하고, 21여명의 작은 제작사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에 대해선 대만족이라기 하기엔 애매한 성과를 받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만족하고 있다. 바닐라웨어는 현재 가장 출중한 2D 그래픽이라는 희귀한 공정으로 게임을 아직도 만드는 회사고, 여기에 기술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타이틀을 내놓았다. 검과 마법이라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를 냈고 - 그러나 서구 유저들은 역시나 일본 취향의 거대한 유방을 가진 캐릭터를 진심으로 혐오하였다. 당연한 일이다. - 게임 본연의 즐거움도 결코 적지 않다.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반가운 기시감



바닐라웨어 특유의 먹방 덕에 던전밥도 연상된다.



감탄이 나오는 게임 곳곳의 아트와 그래픽



레드 드래곤 위의 에이션트 드래곤


피날레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루프물이다. 계속되는 회차와 레벨업, 무기 수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