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탄핵 본문

당일날 고민한 배경음반은 딱 두가지였다. 하나는 넥스트의 개한민국이었고, 하나는 메탈리카의 for justice for all이었다. 사실 기각/각하쪽이든 인용쪽이든 결과가 나오면 메탈리카의 음반을 틀기로 했다. 중의적이니까. 화날 때마다 개한민국을 들으며 지쳐 왔으니까 일말의 기대를 하고 싶었다.



그 전날 위원들과 이야기하며 7:1일까 8:0일까 예상을 하였다. 나같은 비관론자가 7:1에 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행여 기각이나 각하가 되면 어쩌나 걱정하던 쪽이었으니까. 광장의 사람들에 대해 회의하고 그들의 힘이 유약하다고 낮게 본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세상에는 무소불위의 힘이 있고, 그것의 손가락질이 또 어떤 변수를 만들지 모른다고 걱정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탄핵 당했고, 놀랍게도(!) 그는 이 사실에 대해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는 믿음이 있었는지 5단 케익을 준비하고 청와대에 내내 기다렸던 모양이다. 결과는 아는 바대로 그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모든 것의 채비를 마친 후에야 어젯밤 삼성동 집에 자리하게 되었다. 치킨과 음료수가 있었던 기쁜 하루의 금요일이 지나가고, 그는 자신만의 철옹성을 구축하여 새롭게 우리를 근심케할 모양이다.



자신의 발자국 하나하나가 나라를 위한 깊은 고민이며,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천만 사람들을 설득시킬 영롱한 언어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 이번에도 그 불가해한 마음으로 도무지 향방을 알 수 없는 일들의 중심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부는 화합과 통합을 여전히 봉쇄할 전체주의 애호가 노인들과 유신시대의 포로들이 회오리처럼 맴돌고 있고...



이것 뿐인가. 아직 악당들은 남아있고 단죄 당하지 않았고, 버티고 있고 설사 있더라도 가벼운 심판만을 받은 채로 우리에게 귀환할 것이다. 너무나도 한국적인 광경이고 넥스트의 신해철이 분간없이 저주하던 개한민국 발매 시절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 혼란한 정국 안에서 이미 당선이라도 된양 목을 세우는 아둔한 대권 유력주자들 - 거론조차 불쾌하다 - 은 앞으로의 일들에 걸림돌이라도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하긴 빚더미 공화국을 이어받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합니다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하는걸까. 그럼에도 언제나 차선 또는 차악만을 선택하고 친일부역의 역사에 대한 단죄, 수구세력과의 연정 청산 등의 기대치는 닿지도 못한 채 그냥 4년 5년 꾸역꾸역 삼키듯 우리는 살아가야 하는걸까. 그래. 그럼에도 공화국은 조금이나마 민주정을 닮아가며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증거는 아무튼 탄핵이다. 희망이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흐릿한 희망이다.



어쨌거나 결정적으로 가장 문제는 그다. 그는 반성은 전혀 하지 않고 아마도 장외 투쟁이라는 호화로운 단어로 여전히 정국에 무시못할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반대 세력과 사법 권력은 여기에 얼마나 팔을 내밀며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올해 여름은 더울 듯하다.






+ 인용 당일 결국 메탈리카의 for justice for all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