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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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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trex 2017. 11. 27. 13:10


[미스 리틀 선샤인] 감독의 영화라서 조금 어긋나지만 흥미로운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초반부터 이야기가 정석대로 흘러가서 좀 갸우뚱했다가 후반부의 힘이 남기는 진동이 만만치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나오는 실제 사진 자료를 보니 정말 스티브 카렐 외엔 대체할 배우가 없을 지경. 배우들의 호연이 좋았다.





대만 뉴웨이브의 전설, 아시아-모더니티의 발견, 기타 등등 그렇게 상영관에서 접할 좋은 기회였는데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는 못했다. 역시 자발적으로 내 발로 찾아가 고통을 얻든 깊게 상처를 받든 하는게 더 나은 듯하다. 그래야 와닿게 남는다. [토리노의 말]이 그랬다.



그 자체로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임은 알겠다. 영화 도입부 소실점을 뚫고 느릿하게 오는 두 개의 자전거... 어떻게 보면 느와르 장르의 법칙을 학교 갱단들의 갈등이라는 이야기 구조 안에 녹여낸 듯도 하고, 사무라이 활극을 이식한 듯도 한 대목들이 있다. 하지만 거무튀튀한 화면 안에서 윤곽조차 잘 파악되지 않는 소년들의 몸짓은 역시나 전형적인 장르물로의 해석을 거부한다.



아름다움과 전형적인 장르물임을 거부하는 복잡다난하고 풍부한 양상. 역사에 대한 언급과 알레고리, 그 역사에 대한 아버지 쪽 서브 플롯(강제구금과 밀고란 한국현대사에서도 얼마나 익숙한 일인가!), 면면히 흐르는 절제와 또 절제. 그것이 이 작품을 사람들에게 걸작으로 일컫어지는 여러 이유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학생이 하얀 다리와 하얀 교복을 닮은 순수함에의 천착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소년의 기로에 난 닿을 수 없었고 구경하기에도 더욱 거리감이 유지되었고 작품에 대한 동의가 힘들었다. 이미 16년이 지난 작품에 대한 필요없는(?) 잣대일수는 있으나, 난 작품 속 여성들의 취급 덕에 내가 애써 지지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그래서 차라리 안도했다.) 창백하게 쓰러지는 여학생, 동아시아 가부장제 안에서 쉬운 방식으로 취급받는 여성 구성원, 되도 않은 남자들의 대의와 몰락... 네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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