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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trex 2017. 12. 18. 14:10

[깨어난 포스]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의 몇가지 명제 중 한 두가지는, 첫째는 다스 시디어스 목 하나 쳤다고 은하계 공화정의 평화가 돌아오진 않았으며 제국군의 잔당의 규모는 생각보다 거대하는 점. 둘째는 여전히 클래식 시대 3인방이 시대 뒤로 퇴장을 하지 못하는, 정체 상태(그러나 그들이 없다면 스타워즈라는 세계관의 향수를 지탱할 수 없다)의 시간선이라는 점이겠다.



J.J. 에이브람스는 덕분에 [깨어난 포스]를 클래식 시대에 대한 예우와 일종의 판단유보를 통한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사실상 타투인 2지구나 다름이 없는 자쿠라는 척박한 환경 안에서 성별이 역전된 '포스가 발현될 주인공'의 설정이나, 우수한 파일럿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설정과 도망갈 궁리만 하는 회색 지대의 한 솔로의 설정 모델을 한데 뭉쳐 다시 2인분한 듯한 포와 핀의 캐릭터 형성은 다소 노골적이었다. 여기에 카일로 렌의 존재는 여전히 이 이야기들이 '스카이워커 사가'에 예속되어 있음을 극명히 드러낸 셈이었다.



적절히 클라이막스를 후속편으로 넘긴 [깨어난 포스]에서 이제 시작한 라이언 존슨의 [라스트 제다이]는 보다 물량공세를 퍼부은 전투 장면([로그 원]과 더불어 스타워즈식 공중전에 목 말라있던 이들을 만족시키는)과 희망의 씨앗을 찾아보기 힘든 저항군의 속수무책들을 전시한다. 물론 역으로 이것은 희망의 씨앗이 발현하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비교적 긴 런닝타임의 여정이다.



도무지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욕망과 닿고자 하는 방향이 어딘지는 모르기에 조성되는 인물 서스펜스가 일품인데, 순수하기에 몰락의 길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모를 레이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약한 심적 부분이 있기에 선과 악의 길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카일로 렌의 대비는 선명하면서도 서로 닮아있기에 전편 보다 훨씬 볼만한 관계가 되었다.(연출의 뒷받침도 좋았다) 



본 작품의 클라이막스와 클라이막스와 클라이막스가 연달아 이어지는 첫 포문은 역시나 두 사람이 여는데, 이들이 서로 등을 맞대고 각자의 라이트세이버를 들어 로얄 가드와 맞서는 장면의 만족도는 굉장하다. 영화 포스터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듯, 붉은 색의 이미지는 영화 내내 반복되는데 유혈 낭자하게 도륙되는 로얄 가드는 물론 광산 행성의 전투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핏빛 나선들은 확실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느끼하게 표현하자면, 누군가에겐 떠오르고 운명을 지탱하듯 타오르는 해 같은 붉은 빛이고 누군가에겐 타인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악으로의 결정을 감행한 빛이다. 제다이 사원이 활활 타오르고, 슈프러머쉬 함선의 격납고가 활활 타오르는데 핀은 또 한층 성장하여 누군가에게 가차없는 공격을 가하고... 이렇듯 분산하고 조합하면서 새 시리즈의 젊은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뒹굴고 고생하고 자신들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제다이의 영이 된 요다는 불콰하게 취한 취권 고수처럼 선문답을 남기며 일치감치 구 세대의 퇴장(과 새 세대에 대한 신뢰)을 촉구하고, 한 시대에 국한된 '마지막 제다이'는 성스럽고 붉은 바탕 아래서 퇴장한다.



가장 좋은 스타워즈 중 하나지만, 물론 [라스트 제다이]는 장정만이 가득하진 않다. 다소 급한 퇴장과 느슨하고 고색창연한 연출의 속도감들이 서로 맞지 않는다. 그런데 내겐 더 큰 장점들과 인상적인 장면이 가득하였다. 슈프러머시 함선이 날개가 푸른 빛을 내며 두 동강이 나는 침묵의 연출과 워쇼스키 자매라면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투 비 컨클루드'라믄 메시지를 보이며 잘랐을, 루크의 뒷 모습 등 클래식 시대와 새 시대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스타워즈다.(물론 웹 안에서 실컷 싸우고 있는걸 아주 잘 알고 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