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2018년의 하반기 국내 음반들, 16장 본문
- 2018년 6월 1일 ~ 2018년 11월 30일 발매작
- EP 및 정규반 무관 / 순위 무관 - 문장 재활용이 상당수 있습니다.
에이치얼랏 『H A Lot』
웨스트브릿지 / 포크라노스 | 2018년 7월 발매 - 무엇보다 올해 가장 편하게 들은 록이다. 호승심과 건투의 기운을 불어 일으키는 곡들의 연속이다. 옐로우 몬스터즈의 리듬들이 가세한 밴드임에도 멜로디컬한 면모도 있고, 리플렉스 보다 왠지 여기서 더 자리를 잘 찾은듯한, 조규현의 허스키함과 부드러움이 배합된 보컬도 좋다.
예서 『Damn Rules』
자체제작 / 포크라노스 | 2018년 7월 발매 - 좋은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이 싱어송라이터는 음반이 진행될수록, 도드라진 퓨처 베이스 성향의 일렉트로니카 곡들과 일부 트랩 성향을 흡수하여 시종일관 긴장과 곤두선 사운드를 청자에게 새긴다. 가장 좋은 것은 음반이 후반부로 갈수록 흐트러지지 않고, 리듬과 아름다움 중 어느 것도 퇴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중도둑 『무너지기』
자체제작 / 포크라노스 | 2018년 7월 발매 - 여기 좀체 잘 잡히지 않는 음악이 있다. 그래도 이 보글거리는 공간 안에서 전자음이 일렁이며, 어쿠스틱의 분자들이 살랑이는 시간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들어야 한다. 왜냐면 무너지지 않아야 우리는 이 이야길 고심하며 조립할 수 있을 테니까. 마지막 곡 「무소식」이 전달하는 흐릿하고도 아름다운 안부를 포착할 수 있을 테니.
노이지 『Triangle』
Watch Out! | 2018년 7월 발매 (물리 음반 미보유) - 언제나 국내 메탈코어 씬 안에서 현재 시점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수혈해 구현하는 밴드였다. 이번에도 이런 그들의 입지를 발휘한다. 젠트와 브레이크다운 등 활력과 시도로 한결 차있다. 상반기 데이오브모닝과 더불어 왓챠웃 레코즈가 굳힌 위상을 하반기에 이어서 보여주었다.
모노디즘 『inner.』
자체제작 | 2018년 7월 발매 (물리 음반 미보유) - 서두부터 타격감이 확실한 드럼과 꺼슬꺼슬하게 디스토션 걸린 기타가 광활한 대지와 서정을 강조한 포스트록과 차별화를 드러낸다.(스래쉬 등의 장르 소화 이력도 좀 감지된다) 이렇게 출력과 압력으로 직접 와닿게 하는 이들의 연주는 ‘밴드의 힘’을 과시하는데, 밴드가 내세운 ‘종교’라는 테마 하면 즉각 떠오르는 사유와 감화라는 분위기를 진작에 앞질러 청자들의 귀를 직접 설득하게 한다. 성모의 손길 보다 파괴신의 대노를 선택한 모양이다.
키라라 『Sarah』
웨스트브릿지 / 포크라노스 | 2018년 8월 발매 – 그의 무대 세트 위엔 언제나 술이 한 병씩 놓여있다. 그리고 바닥엔 그가 마신 병 개수가 늘어난다. 본작에 들어선 뒤에 그가 이 음반에 대한 의미를 비슷한 어조로 답했을 때 그 병의 의미를 새삼 과정하여 해석하게 되었다. 난처한 일이다. 그래도 여전히 예쁘고 또렷한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꽃으로 대변되는 이 예쁨의 본질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마르와 동방전력 『Omar and the Eastern Power』
동양표준음향사 / 뿌리자레코드 | 2018년 8월 발매 – 많은 이들이 찾진 않지만, 아무튼 한국에서의 크로스오버 장르의 시도하면 곧바로 국악기 기반의 시도들이 떠오르는 현실이다. 제주에서 또 한편 실려 온 이 록은 아프리칸 리듬에 레게, 훵크, 블루지한 사이키델릭 등의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독특한 기류와 풍토를 들려준다. 짙고 농후한 음악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The Lord Ov Shadows』
도프 엔터테인먼트 | 2018년 8월 발매 – 운이 좋아 본작의 첫 곡부터 끝 곡까지 무대에서 재현하는 공연을 보았다. 이 사타닉하고 야심 가득한 에픽이 관객들을 공동체로 휘감으며 전달한 특별한 감정은 설명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밴드로서도 이 음반의 컨셉이 담은 규모, 세션, 엔지니어링, 연출을 허락하는 무대가 거의 없음을 슬프게 실토한 셈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더더욱 망각하지 말아야 할 음반 중 하나.
라이프앤타임 『Age』
해피로봇레코드 / 지니뮤직 | 2018년 9월 발매 - 포스트록 밴드 출신의 아무개가 재즈를 해온 드러머 아무개와 개러지록 성향의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던 아무개들이 만나 예상했던 계산법을 벗어난 길을 언제나 보여준 밴드, 이번에도 여전하다. 라이프앤타임식 출렁거림과 선율이 여전한데 갈수록 이들은 록이라는 장르의 영토를 갈수록 넓히며 치밀해지고 있다. 2018년엔 연이어 선보인 뮤직비디오 라인업도 이들의 다방면에 걸친 야심을 보여주었다.
모즈다이브 『Four Wet Hands』
미러볼뮤직 | 2018년 9월 발매 – 1집 커버의 사람은 극적으로 생환해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의 순간을 실현하게 해주었다. 침울한 가운데서도 생에의 열망으로 몸부림치던 1집의 처절함이 이젠 광포와 꿈틀함을 오가며 힘을 발산하는 광경으로 서서히 변화 중이다. 매해 일정 수준의 성취를 보여주는 국내 포스트록 씬의 기묘한 생명력을 이번에도 입증한다.
보이어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자체제작 / 포크라노스 | 2018년 10월 발매 – 청명한 톤으로 '듣기 편함'을 일견 들려주는 듯하지만 실은 정확함과 치밀하게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기타는 물론 능수능란하게 쪼갠 타격감으로 다가오는 드럼 등은 장르를 인식하게 만든다. 여기에 윤형준이 맡은 피아노의 배합이 의외로 데워주는 온기는 장르를 넘어 이들만의 매쓰록에 대한 인상을 보다 선명하게 만든다.
향니 『2』
자체제작 / 포크라노스 | 2018년 10월 발매 (물리 음반 미보유) - 이미 1집을 낸 밴드라는 것도 몰랐다는 점에서 내가 이런 글을 적을 자격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변명으로 삼자면 이렇게 휘청이고 휘황한 색감의 사이키델리아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힘들었고, 아주 인상적이었다는 말만 덧붙일 뿐.
허클베리핀 『aurora people』
샤레이블 / 미러볼뮤직 | 2018년 11월 발매 – 두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밤하늘을 묘사하는 음악들이라고 생각했다. 불안은 도심을 벗어난 드넓고 숨기 쉬운 섬 안에서도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 음반엔 휘감는 불화의 기운도 회전하는 세상의 순리로 흡수하는 조용한 힘이 있다.
엑스엑스엑스(XXX) 『LANGUAGE 』
바나 / 아이리버 | 2018년 11월 발매 – 평범하고 관성적으로 들린다는 목표 자체를 설정하지 않은 프랭크의 비트와 그것에 어울리게 올려진 김심야의 차갑고도 조소로 만땅 채운 목소리는 어울린 배합이다. 만약 그럴 사람들이 있다면, 알아듣고 찾아주길 바란다는 의도를 설정한 듯하고 그것은 유효하게 성공했다.
정진우 『ROTATE』
플라네타리움 / 지니뮤직 | 2018년 11월 발매 – 손이 잘 가지 않는 장르 음반을 사 듣게 되는 것은 타 장르에 대한 친숙함을 얻기 위한 자기반성이나 의식적인 자기계발 의지 때문일까. 관성적으로 인식해 온 장르와 그 목소리를 다른 그간의 음악과 달리 인식하는 것은 목소리 자체뿐만 아니라, 사운드와 연출에 대한 일정 이상의 노력과 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좋은 시도가 나에게도 잘 먹혔다.
홍크 『MONOSANDALOS』
오름엔터테인먼트 / 소니뮤직 | 2018년 11월 발매 – 잠시 혁오가 포크에 손을 댄다면 이런 음악을 했을까 생각하다가 일순 홍크식 인더스트리얼이 나올 때 놀랐다. 누구와 유사한, 누구처럼 당대를 드러내기 위해 의식한다는 생각은 흐려졌다. 권태로움을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장르를 포함해 여러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치열하게 묶은, 무엇보다 좋은 음악과 음반이다.
<참고> 2018년 상반기 10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링크 ==
빌리 카터 (Billy Carter) 『The Green』 & 『The Orange』
9 (송재경) 『고고학자』
강아솔 『사랑의 시절』
김해원 『바다와나의변화』
플러그드 클래식 (Plugged Classic) 『Sabai』
히피는 집시였다 『연어』
데이 오브 모닝 (Day Of Mourning) 『This Too Will Pass』
페퍼톤스 (Peppertones) 『Long Way』
아시안 체어샷 (Asian Chairshot) 『Ignite』
데카당 (decadent) 『deca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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