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한꺼번에 두 장씩(8) - 윤하 / 오지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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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두 장씩(8) - 윤하 / 오지은

trex 2009. 4.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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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3집 - Peace Love & Ice Cream : Part A

도레미미디어 | 라이온미디어 / 09년 04월 발매

1. Peace Love & Ice Cream
2. Black Rain
3. Break Out
4. 1,2,3
5. She is
6. 사랑하다
7. Luv U Luv U Luv U
8. My song and...(koran ver)
9. 1,2,3(instrumental)
10. 사랑하다(instrumental)

어쿠스틱하게 담백한 도입부를 보여주는 「Peace Love & Ice Cream」는 무난한 시작이다. 이 싱어 특유의 호소력과 기본기가 전제로 깔린 덕에 듣기에도 편하다. 이어지는 트랙들 「Black Rain-Break Out」은 LA메탈 운운에 어울린다기 보다는 이 싱어가 지금까지 보여준 락앤롤풍 넘버의 강화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힘이 들어간 보컬은 곡을 잘 따라가고 있지만 2집을 들을 때의 당시의 기분과는 다른 생각을 들게 한다.

윤하는 다양한 작곡가들이 색을 넣고 칠을 하기에 좋은 스케치북이었다. 그 스케치북 위에 타블로는 일렉 텍스처과 랩을 깔고, 조규찬은 서정성을 부여하였다. 덜컹거리되 좋은 싱글들이 군데군데 포진되었던 전작들과 달리 3집은 인상적인 순간이 드물다. 수록곡 수의 빈약함을 탓하기 보다는 맞는 옷을 입었다고 발견하는 순간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Luv U Luv U Luv U」는 이 싱어의 재기를 빛내기 보다는 왠지 위태롭다는 느낌을 준다. 가능성을 연다기 보다 닫는 듯 하는 이 광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만의 기우인가.

그러다보니 비교적 범작인 (기다리다-사랑하다에 이은 3부작 완결작)「사랑하다」가 도드라져 보인다. 심지어 제법 괜찮았던 넘버였던 「My song and...」는 고작(?) 언어를 영어에서 한국어로 바꿨을 뿐인데 곡 자체의 생기가 없어졌다. 여전히 윤하에게 긍정적인 전망의 앞날이 있다면, 당장의 가능성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이라기보다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강점을 더욱 강화해줄 좋은 시간과 인력을 이번 앨범에는 배당받지 못한 듯 하다. 가수는 간혹 그렇게 운이 나쁠 수도 있다.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좀 속상하다.


오지은 『2집 - 지은

엠넷미디어 | 해피로봇레코드 / 09년 04월 발매

1. 그대
2. 진공의 밤
3.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4.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5. 인생론
6.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7. 웨딩송
8. 푸름
9. 잊었지 뭐야
10. 익숙한 새벽3시
11. 두려워
12. 차가운 여름밤
13. 작은 자유 (Bonus Track)

첫 곡「그대」는 1집의 공간의 감각과 목소리를 그대로 재연해내는데 주력하는 듯 하다. 그러다 Jimvok(골든 팝스)의 일렉 기타는 2집의 사운드가 변화하자는 지점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을 깐다. 이어지는 넘버들 「진공의 밤」,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에서 오지은의 보컬이 가진 다채로운 색감 - 낭랑함, 칼칼함, 관능성 -이 펼쳐지며 본격적인 밴드 사운드가 활짝 만개한다. 정중엽의 기타가 군데군데 활개를 치고, 김용린(디어 클라우드)와 이언(Mot) 등의 게스트가 오지은의 문체를 저해하지 않는 선 안에서 지원병으로서의 역할을 해낸다.

여건상의 문제였을 수도 있고,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을 수도 있지만 '이제사' 하고픈 것들을 해낸 표정을 짓는 초반부에 이어 5번에서 7번 트랙까지는 활기와 생기를 보여주는데 주력하다. 특히나 '방 라이브'에서의 소박함이 스튜디오에서의 우크렐레와 플룻을 만나 더욱 풍성해진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은 인상적이다. 이 넘버들의 활기와 생기에는 실은 '적당한 장난기'도 깔려있는데, 오지은은 그 장난기와 '작업상의 적당함'을 혼동하지 않는 성실함을 보여준다. 1집의 제작 과정을 온라인에서 충실히 노출해낸 공정상의 자부심은 2집에도 여전하다.

7번까지의 (임의의 개념이지만)초반부가 끝나고 나서 8번 트랙 「푸름」부터 보여주는 새로운 도입부는 '무거움'과 스산한 기운으로 시작한다. 오지은의 가사 속 자아는 사랑이 주는 찰나의 행복함 이면에 도사린 불길함을 알고 있으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지닌 영속성에 의심을 품을 줄 아는 현명함을 지니고 있다. 그 현명한 자아는 덕분에 불안해하고, 유보의 초조한 언어들을 흘린다. 이 유보의 초조한 언어들을 애써 추스리는 듯한「두려워」는 1집의 「화」를 잇는 '관능'을 넘은 '권능'적인 목소리를 발산하는 넘버다.

2집의 이야길 실질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전자양이 짜놓은 사운드 안에서 그녀의 가사를 풀어헤치는 「차가운 여름밤」이다. 이 이야기들을 구성하기 위해 오지은이 분전한 몇 개월간의 과정, 그 이야기들은 현재 온라인상에 '비공개'로 묶여있다. 난 그 글들이 공개로 전환되길 기다리고 있다.

[09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