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5. 22:40

드 니로에겐 실례지만 프랭크 시런이 참 송강호식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민하기는커녕 또 그렇다고 우직함의 미덕만을 내세운다고 표현하기엔 그저 둔하지 않은 채 성실히 살아온 조직친화적 인간이다. 지가 속한 세계관의 사람들의 이전투구를 보며 "에헤이 와 이라노. 마 자꾸 지들끼리 싸울라고만 크게 각만 세우나 으이-."라고 속으로 뱉을 사람이다. 여기에 한국영화 속 남자들의 항변인 "내가 자식새끼들 먹여 살리고, 가족들 맘 편히 지내라고 이 한 몸 희생하며 살아온 게 아니냐!" 식의 사고방식도 탄탄하다. 문제는 이 투명한 성실함과 한 방향의 사람이라는 미덕(?)으로 인해 러셀 버팔리노에도, 지미 호파에게도 먹힐 매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원하든 원치 않은 방향이든 역사 속 격랑 안에서 제 앞길도 모르는 채 휩싸이기 쉬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구하는 단단한 턱 덕에 그는 창작자들에게 이야기의 중심인물로 발탁되었고, 마틴 스코시즈는 드 니로 등을 기용해 다시금 갱스터의 세계로 귀환했다.

드 니로는 세상사의 격랑에서 그저 묵묵히 살아온 함구의 미덕이 주어졌다면, 이 극화의 최고 수훈갑 중 하나인 조 페시(러셀 역)에겐 맵싸한 인간사의 상념과 페이소스가 주어졌다. 알 파치노(지미 호파)에겐 미스테리와 갱스터 장르의 파국을 위한 조건인 분노와 화해 없는 완고함이 주어졌다. 황금의 삼각형 외부엔 하비 키이텔도 자리 잡았고 형식상으로 구색은 완벽한데, 문제는 다만 스코시즈라는 자신의 벽을 자신이 얼마나 뛰어넘을까에 대한 성취의 정도였다. 그리고 스코시즈는 그것을 해낸다. 조그마한 균열로 인해 야기하는 균열과 비극의 양상을 웃음 터지기 직전의 입을 틀어막고 조소하고, 권능 있게 연출하는 재기와 완숙함은 이번에 빛을 발한다. 품위가 넘치고 미국 사회의 과거를 보며 근심했던 인류학적 시선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총구가 여전히 불 뿜는 트럼프 시대의 피로가 엿보인다.

안나 파퀸(메기 역)은 이 남자들이 소위 역사를 쌓아가며 조성하는 연대와 감정싸움의 모듬전을 바라보는 차분하고 서린 심판의 눈을 간직한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초라한 부권애 대한 부인이지만 그래도 힘을 지니고 있다.(더 나갔으면 좋았겠지만) 남자들의 몫은 노쇠한 육체와 정신을 감당하며 쇠락하는 내부와 외부를 확인하고 체감하는 것뿐이다. 진작에 총알에 머리가 날아갈 이들이었고, 살아있다손 치더라도 초라한 신세 자체를 피할 순 없다. 역사는 모으면 묵직하지만 개별의 낱장들이 지닌 무게는 이처럼 보잘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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