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빌어먹을 세상따위] 시즌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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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세상따위] 시즌 1

trex 2020. 1. 7. 18:52

요즘 [블랙 미러] 좀 챙겨보는 중인데, 영국 매체 맛이 좀 맵다 실감했다. 사실 제목만 듣고 [빌어먹을 세상 따위]라는 타이틀과 스틸 몇 개만 보고, 세상 엉망이다 어쩌고 저쩌고 잘난 맛 못난 맛 살리면서 허세 떠는 냉소적인 청춘물 정도 수준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맛이 다르더라. 원작은 찰스 포스먼이라는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다. 서사는 차이가 있다는데, 등장인물들의 딱딱 끊어지는 내레이션이 묘한 속도감과 박자를 만든다. 원작 호흡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듯. 

그리고 무엇보다 캐스팅이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알렉스 로더라는 배우와 제시카 바든이라는 배우를 동시에 알게 되었는데, 정말 영국 남자배우들의 못 생겼는지 잘 생겼는지 알 수가 없는 - 매번 경계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 그 경계선의 매력이 닿는 계기였다. 제시카 바든 쪽의 다시 한번 보고 듣게 만드는 '돌아보게 하는' 그 매력도 좋았고, 역시 영국산 답게 [왕좌의 게임] 출연진 중 하나 알아볼 수 있는 잔재미도 무시할 수 없었다. 내용, 그래 내용이 제일 문제지.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남자아이가 실은...

이렇게 위태하게 시작점을 찍고 정말 '세상의 끝'을 향해 불가피하게 내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왜? 아무튼 정말 절묘하게 시즌 1의 매듭을 하고 이야길 팍 잘라낸다. 낚였다. 좋은 시청이었고, 따라가게 되더라. 여기저기 흠집난 세상 위에 놓인 아이들이 그래도 씩씩하고 안쓰럽게 버텨가며 시청자 마음을 뺏어놓고, 가차 없이 쿨하게(부정적 뉘앙스 아니다) 퇴장한다. 시즌 2로 달려야지. 아 음악도 좋다. 

+ 반려식구를 가진 시청자들은 시청하기 좀 힘들겠더라. 추천하진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