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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trex 2020. 2. 6. 22:24

내게 [작은 아씨들]의 원형은 TV 애니메이션이었다. 차디찬 얼음 호수에 빠진 자매를 구한 내용, 가난이 이유가 되어 헤어를 커트하고 팔고 와 귀가 후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가족애의 이야기. 그 디테일은 세밀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그 광경들은 원형으로 남아 기억에 남는다. 이런저런 광경이 그웨타 거윅의 손에 의해 2020년에 재현되니 좀 새삼스럽고도 아련한 구석이 있었다. 그게 좀 간지럽기도 한데, 생각해보니 [작은 아씨들]을 요즘 시대에 맞게 현대화 번안하는 것은 실리에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라는 시대를 재현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각 캐릭터들의 상황적 한계와 극복이 보여주는 실감이야말로 제일 극적으로 그럴싸하리라. 그로 인해 조의 이름으로 책이 출간되는 공정이 보여주는 뭉클함은 그야말로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마크 I을 개발하는 장면에 비견될 것이었다. 무엇보다 원작 작가가 그야말로 자아를 직접 재조립했을 조의 인물됨은 그웨타 거윅이 시얼사 로넌을 캐스팅해 영상 안에 구현했을 정성과 비슷한 모양새일 것이다. 

당연 조의 비중은 이 작품 안에서 가장 생생함을 가지고 있고, 이에 비한다면 메그가 드라마 안에서 불가결하게 가진 한계는 어쩔 수 없으리라 본다. 반면 에이미의 생동감은 조의 대칭점으로써의 의미를 넘어 플로렌스 퓨의 역량이 아닐까하는 짐작도 가지게 한다. 베스의 경우는 스토리가 가진 비의를 위한 목적성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네 명의 자매가 가진 개성과 그들의 합이 보여주는 활기 안에서 베스가 가진 독자적 의미 역시 간과할 수 없을 듯. 물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목소리는 시대적 상황 안에서 각자가 지닌 어려움과 토로, 이들이 삶과 일상에서 보여준 남성과의 관계와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다. 이것이 빛바라지도 않고, 낣고 눅눅하게 보이지 않는 - 자연스러운 표현은 아니지만 - 현재성을 유지하게 하는데 극은 주안을 둔다. 그것이 '근대적 교육'의 형태로 구현될 때 왠지 이 땅의 계몽소설의 도래를 보는 기시감조차도 주는데, 이에 대해선 많은 도서와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 무엇보다 작품이 재미가 있었고, 시기를 오가는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잘 습득이 되게 한 각색과 편집의 묘가 작은 탄성을 낳게 했다. 그웨타 거윅 좋은 연출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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