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사바하] 본문
단편작에서부터 [검은 사제들]까지 장재현 감독은 일관되게 한국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이고 오컬트적인 이슈를 적절하게 믹스해왔다. [검은 사제들]이 명동거리 한편의 어두운 공간에서 '그들만이 아는' 일을 그렸다면, [사바하]에선 보다 광범위하게 여러 곳을 오가며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교차시킨다. 보다 더 '그것이 알고 싶다' 풍의 실감 나게 닿는 그럴싸한 설정과 이야기가 깔려 있고, 영화적인 묵직한 거짓말도 섞으며 질료를 채운다. 영화 전체가 불교와 한국적 민간신앙의 역사와 요체를 성실히 공부한 개신교도의 입장 같은 톤이 가득하고, 그로 인한 타입 캐스팅이 도드라진다. 좀 속세의 때를 묻은 목사 역을 맡은 이정재는 마치 이정재의 연기를 따라 하는 이정재 같이 보이고, 유지태의 모습을 보고 괜한 [올드보이] 후광을 느끼지 않기란 힘들 듯하다.
젊은 배우들의 신세를 더욱 지는 듯한 기운이 강한데, 박정민은 여전히 잘 하고 아무래도 이재인 배우의 발견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 지는 작품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확장된 스케일에 어쩔 수 없이 [검은 사제들]이 주었던 후반부의 응집력과 긴장감이 복원하긴 힘든 것은 사실이다. 대신 감독의 목소리는 보다 직접적인 전달을 보여준다. 구원 없는 세상 위를 바라보는 권능의 시야는 지금 무엇을 보고, 얼마나 더 침묵하실는지요?라고 묻는 원망은 깊게 닿는다. 바로 이웃의 사이비 종교의 탄생과 붕괴보다는 한 차원 건너의 신비로움과 영화적 장치가 가미된 덕에 기대한 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음도 사적인 아쉬움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