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2020년의 상반기 국내 음반들, 7장 본문
코로나 정국에도 이걸 하네요. 2019년 12월 1일부터 2020년 5월 31일 사이의 발매작들입니다. 정규반 여부와는 무관하며, 순위 또한 없습니다. 기존 문장의 재활용이 상당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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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 『Serenade』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 비스킷사운드 | 2019년 12월 발매
16곡 가득한 외형에 부산한 결과물이 아닐까 혹시 의혹을 가졌으나 역시 기우였다. 「도망가자 (Run with me)」가 들려주는 말쑥한 팝의 인상도 그저 무난하게 들리지 않는다. 영화 《죄 많은 소녀》(2018) 작업이 남긴 잔영의 영향일 수도 있고 착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일렉 사운드와 텍스처를 다루는 음악감독 선우정아의 역량을 의심하지 않게 되더라. 16곡의 개별 모두가 서로의 응집력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음반 자체에 대한 완성도와 감상에 흠집을 내지 않았다. 몇몇 곡에서 신경질과 화의 발산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언뜻 이소라의 전례도 떠오르지만 이를 풀고 피력하는 방법의 함유, 그 화법이 다른 작품.
우자 앤 쉐인 『Classy』
웨스트브릿지 / 비스킷사운드| 2019년 12월 발매
이런저런 신인급 공모와 무대를 통해 좋은 인상을 남겼던 팀이었다. 쌓은 이력과 곡, 꾸준한 모색들이 모인 정규반 자체가 가진 가치를 들려준 작품. 예전 시대와 요즘 시대의 움직임 일부에 껌뻑 죽는 나 같은 이를 자주 건드리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본작의 인상이 채 식기 전에 팀의 축 중 하나인 우자가 낸 솔로 음반과 연계해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증폭 효과 역시 기대된다. 대비되는 멤버들이 가진 각자의 캐릭터성과 이와 맞물리는 사운드와 장르의 케미스트리를 발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작품.
모노디즘 『Reveal』
미러볼뮤직 | 2020년 1월 발매
여전히 날이 잔뜩 선 디스토션, 3명의 멤버가 만들어내는 옹골찬 응집의 합은 라이브는 물론 스튜디오 녹음을 훔쳐보게끔 하는 욕심을 자아낸다. 포스트록 장르 일군의 밴드들이 만드는 영원회귀 같은 아련한 테마들이 모노디즘을 만나면 유독 현세 지옥의 테마와 사운드로 대체된다. 전작에 이어 탈을 쓴 인물들, 이에 어울리는 암흑의 로케이션은 음반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불길한 컨셉과 잘 맞는다. 보기에 따라선 짧게 들리는 구성이지만 일관된 명료한 방향성이 잘 보이는 작품.
두억시니 『Sins Of Society』
포크라노스 | 2020년 2월 발매
태초에 존재했던 Metallica는 헤비씬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그들의 유산인 올드스쿨 스래쉬 메탈은 후예들이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소멸할 줄 알았던 장르의 재생에 물을 뿌리는 Havok (음... 실은 Megadeth 생각이 조금 더 나긴 하지만) 같은 밴드들과 공교로운 동시대성도 느껴졌다. 이런 조류의 생존자와 계승자의 존재는 언제나 반가운 법. 디스토션 잔뜩 먹인 사운드와 장르의 모범적인 구성으로 일관하다 한편으론 코어 쪽 연상을 주는가 싶더니, 다시금 드라마틱한 솔로잉으로 전환해 장르 팬들을 안도(?)시키는 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이런 수록곡들에 스며든 여러 재치 있는 장치들이 본작에 대한 미소를 짓게 했다.
메스그램 『Cheers For The Failures』
아이원 엔터테인먼트 | 2020년 4월 발매
메스그램은 검은 형과 검은 누나들이 운집한 클럽 무대의 밴드 연합 공연에서 언제나 눈길을 끌었던 밴드였다. 남녀의 대비되는 보컬과 이런 대비의 믹스를 가능하게 한 다양한 성향, 서브 컬처에의 친화성, 그리고 트랜스코어, 뉴메탈, 믹스처록 등의 탄력 있는 시도들은 밴드를 향한 호응과 친화력을 쌓아온 재산이었다. 이런 이력이 정규반을 통해 산출물을 넉넉히 뱉어낼 수 있었던 근거라고 생각한다. 가히 이모에 근접한 수록곡 「Rockstars」의 첫 인상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에이비티비 『Daydream』
뮤슈 레코드 / 미러볼뮤직 | 2020년 4월 발매
환과 멸이 교차하던 광화문 거리의 군집과 피로감을 록 역사를 관통하는 사고와 창작의 결과물을 빌어 시작해, 사이키델리아의 아름다움으로 귀결하는 문학적 사사로 마무리한다. 단 두번째 정규반으로 믿을 수 있는 밴드로 귀환한 에이비티비는 단순히 ‘슈퍼밴드’라는 장식적이고 형식적인 서사를 가뿐하게 딛고 진정한 신뢰도를 보여준다.
조동익 『푸른 베개』
doekee music / 뮤직앤뉴 | 2020년 5월 발매
슬프기보다 경이롭고 들리는 음악이었고, 낡은 표현이지만 가능하다면 존경을 표하고 싶었던 음반이었다. 음반 전체뿐만 아니라 청음 순간순간이 작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듣기 시작한 이전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 앞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을 가르는 명료한 대비를 실감하게 한 작품이었다. 작성 자체는 형식일 뿐, 효과적인 전달의 힘겨움을 일깨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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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하반기 결산도 가능할지는 알 수 없는 요즘의 앞날이네요. [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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