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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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파워 오브 도그]

trex 2021. 12. 17. 09:23

미국이라는 곳을 형성하던 개척 시대 안에서 성서를 인용한 문구의 제목을 썼다는 점, 음악엔 역시나 조니 그린우드의 - 클래식에 기반했으나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지 않은 현악 등 - 음악, 권위적이고 예상을 넘는 언행으로 극을 지배하는 남성이 나온다는 점에서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전례를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도 제인 캠피언의 신작이니 '아하 - 허락되지 않는 관계의 선을 넘는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느슨한 파국이 기다리고 있겠으려나 - 그런 식의 예상을 당연히 넘기는 서사가 기다리고 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어머니는 지켜야지'라고 내레이션에 존재감을 드러낸 소년은 험한 서부 풍경의 세계관에서 모델로 삼을법한 사내의 이야길 듣고, 그의 물품으로 수음을 하고, 종이로 곱게 접은 꽃들을 곧잘 만드는 감수성과 토끼의 몸을 방 안에서 해부학 공부를 이유로 태연히 해부하는 뜻밖의 잔혹성을 내면에 공존시킨다. 이 아이가 표면적으로 표방하던 남성성에의 경배는 실은 고작 몰래 남의 누드(사진) 들춰보기 수준의 범주였고, 알고 보면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상케 하는 어떤 두 남자의 서부 마을 속 기나긴 연정이 품고 있던 사연인 것이다. 내막도 몰랐고, 인물들의 사정도 모르다가 한풀 한풀 드러나는 이야기의 귀결엔 깨끗하고 청결하게 생활하기를 '남성다움'의 반대급부로 취급했던 인물의 방만함으로 초래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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