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본문

영화보고감상정리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trex 2021. 12. 18. 08:11

제이미 폭스가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이 알 수 없는 설렘 가득한 사진 하나와 트윗으로 모든 것은 확산되었다. 소니 픽처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방불케 하는 각 세계관 스파이더맨 출연의 주역들이 한 작품 안에서 황공하고, 배틀하는 황홀한 판타지를 실제로 실현한다는 루머가 마치 굴러오는 눈덩어리처럼 차차 부풀려지며, 실제로 그게 가시화가 되어 작품에 대한 팬보이들의 기대치는 극대화되었다. 때는 마침 아시아 시장에서의 디즈니 플러스 론칭이 시작되었거니와 지난 [엔드 게임] 이후 MCU 자체가 새로운 페이즈로 드라마와 영화 양편 차곡차곡 판의 재정립과 자신감을 표면화했던 덕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걸 [블랙 위도우]의 쿠키로 알게 되었고 - 저 처음 보는 요원이라는 사람은 대관절 누구지? 응? 드라마 쪽 세계관도 알아야 한다고? 그걸 내가 알아서 학스` 해야 해? / 뭐? 플로렌스 퓨가 [호크아이] 서사와 연결 되니까, 앞으로 드라마들도 챙겨봐야 한다고? 그럴 내가 왜! 난 호크아이가 원래부터 재수 없었는데 뭘 - [샹치]와 [이터널스] 등 이어진 극장 영화들에서 그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소비를 공부처럼 해야 하는 마블 월드의 당혹스러움. 이미 달콤한 꿀 발린 함정에 빠져 죽창에 찔린 상태다. 세계관 별 스파이디 집합 반상회는 물론 닥터 스트레인지, 스칼렛 위치가 당신 같은 희생자들은 자연스럽게 업어 간다. 그 미끼의 이름은 멀티버스라고 명한다.

이왕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김에 작품은 새삼스러운 명제를  정리하고 강조한다. 왜 우리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동이 빌딩 트레일러로 시작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부터 이 시리즈에 매료했었는지를 되짚어 생각한다. 초인이지만 한 곳에 자리한 유약함이라는 특성 덕에 연애가 순탄치 않았던 스파이디 / 나방 앞의 촛불처럼 뉴욕의 빌런들은 끌어 모으는 매개로서의 희생양이었던 스파이디 / 무엇보다 그래서 이웃의 친구였던 스파이디를... 만약의 역사라는 가정법을 허락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이런 익숙한 스파이디가 아닌, 제임스 카메론 버전의 '입이 험하고, 과격한 연출 톤'의 스파이디를 만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되짚어주듯 가장 가까운 사람의 장례식을 만든 상처받은 피터 파커, 연애의 길이 순탄치 않았던 피터 파커, 이공계 등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식 하나만은 박식했던 피터 파커'들'이 여러 각도의 세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음은 확인하게 된다. 그 점에서 역사를 재고하는 관객들은 본의 아니게 눈시울을 적은 상태가 되거나, 이어지는 액션 속에서 가벼운 황홀경에 빠지거나, 에... 좋진 않지만, 옆 자리 파트너에게 블라블라 아는 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추락한 여인'을 구하며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한, 상기된 표정을 짓는 앤드류 가필드와 다른 스파이더맨에 비해 한결 앞 세대의 중년의 위치에 있는 토비 맥과이어 등을 본 관객들의 형언하기 힘들 감상은 특별 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인과율을 건드린 대가를 본인이 제일 사무치게 수용해야 할 톰 홀랜드겠지.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있다'는 시리즈의 오래된 교훈을 이번 작품으로 껴안으며, 앞으로 어쩌면 연장될 3부작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젊지만 앞으로 남은 일과 성숙의 짐'이 수북한 그에게 일단 빅토리의 응원을... 어쨌거나 그동안 오매불망 소문의 딱밥들이 정말 실현되냐 조마조마 기다렸을 관객들은 당장엔 흡족했을 것이다. 미진했거나 부족했다면? 아이고 그렇다고 해도 뭐 어때요-. 팬보이들은 당장엔 풀어야 할 수다거리가 늘었다. OTT 전쟁, 향후 페이즈의 방향, KBS판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과 세가 엔터프라이즈판 스파이더맨 아케이드 게임 등의 라떼 토크 등등, 실로 작품의 말미처럼 연말 성탄 분위기다. 즐겨야지.

 

'영화보고감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룩 업]  (0) 2021.12.26
[파워 오브 도그]  (0) 2021.12.17
[샌 아드레아스]  (0)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