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틱, 틱... 붐!] 본문
멍청한 관점에서 감상을 시작하면, 앤드류 가필드와 한때 연인이었던 엠마 스톤이 극에서 노래와 연기를 같이 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얼토당토않은 설정을 상상하는 일이다. 앤드류 가필드가 본작에서 보여준 노래와 천연한 연기, 재능이 [라라랜드]의 주연이었던 엠마 스톤과 한 화면에서 이뤘을 조합을 상상하는 거지. 바보 같은 생각을 접으면 극이 보인다. 고속도로를 통제한 블럭버스터의 규모를 과시했던 [라라랜드]의 뮤지컬을 떠올리면, [틱틱 -]의 뮤지컬은 그저 소박한 규모를 떠올리기 쉬울지도. 하지만 난 이제 30대야- 라는 선언을 시작으로 나 역시 친구처럼 BMW 뽑고 먹고사는 문제없이 살길 바라는 작품 대목대목의 삶의 풍경은 그저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이라면 공감할, 모니터 너머의 첫 줄 이후의 첫 엔터가 주는 어려움은 이런 삶의 고민을 대변한다. 내가 쓰는 곡은 먹힐려나 내가 창작한 서사를 투자자와 평론가는 알아먹기나 할까 하는 걱정의 부분 부분은 결코 남의 일로만 비치지 않는다.
나 같은 이에게 뮤지컬은 학전의 [지하철 1호선], [이] 정도만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라 지식과 정보는 약하다. 그러니 [렌트]에 대한 정보는 한정일 수밖에 없으니, 이 작품으로 극작가 조나단 라스의 명성과 삶의 마무리를 알게 되었다. 작가 자신의 예기치 못한 불행과 창작을 위한 고군분투를 역시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빌어 전기의 외형으로 만든 작품이다. [라라랜드] 역시 삶의 조건과 연애의 이상이 현실 앞에서 충돌하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라고 다를 게 없다. 서로를 붙잡아주길 내심 바라는 내 안의 이기심, 우리 삶의 드라마의 한 챕터를 접어야 하는 어려운 결심. 자연히 러브 테마가 끼어들고 서사의 설득을 만든다.
물론 [틱틱 -]의 주된 이야기는 극작가 조나단 라스 본인의 여러 서사다. LGBT 친구들을 HIV 등으로 인해 먼저 떠나 보내야하는 생존자로서의 쓰라린 고백, 야심 차게 만든 자신만의 비전을 총화 한 범 SF 뮤지컬이 시장과 평간에서 온당한 평가조차 얻지 못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위기감 등이 예상치 못할 앞날의 불안과 예고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한편 이 이야기의 비극적 결과를 알고서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안을 전제로 하더러도 극의 곡과 리듬의 쾌감은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틱-틱-붐- 심지어 간혹 힙합까지도 삽입된 여러 라이브러리는 한 번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안 사운드트랙의 여부를 확인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작품은 조나단 라스의 추모와 헌사를 위해 만들어졌다. 극작가 본인조차도 미처 생전에 확인하지 못했던, [렌트]의 흥행과 파급은 그런 면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눈시울을 만든다. 엔딩 크레딧과 남은 영상 소스 등은 극이 끝나도 식히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나로선 이 땅 안과 바깥의 나조차도 모르는 청춘들의 열의와 재능에 대한 리스펙트 같은 정체모를 감정을 품었던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