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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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rex 2021. 12. 29. 08:08

2차 세계 대전 참전의 후유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인물이 극의 서두를 열고, 베트남전 참전을 선언한 라디오 방송이 들리는 말미엔 총과 죽음의 역사로 누적된 미국 현대사의 얼룩이 느껴진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그 존재가 영향을 미치고, '연결되선 안될 악연'이 맺어지는 이들의 아비규환이 성립하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그렇게 인물을 엉키게 만드는 그 동력이 불행하게도 이 극에선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이 그 매개라 하겠다. 작품 안에 연신 들리는 내레이션이 내겐 전지적 시점의 발언이라 그 자체가 신이거나 신의 목소리를 대행하는 게 아닌가 했다. 

알려진 대로 톰 홀랜드를 위시해 로버트 패틴슨, 빌 스타스가드, 미아 와시코브스카, 세바스찬 스탠, 제이슨 클락 등의 인물들은 권능적이고 방관하는 신(내레이션)이 조성한 서사 안에서 피해를 당하거나 자살을 택하거나, 아니면 상대를 가해하고, 욕망의 노예를 자처하고 음탕하게 타락하거나 유혹을 탐닉한다. 그 어느 길을 택하든 누구든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국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은 이렇게 총의 역사, 개신교의 가치관이 자리 내린 인간들의 역사, 또는 미국의 현대사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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