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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 렛 데어 비 카니지]

trex 2022. 3. 18. 11:44

여느 업체가 그렇듯 영화계에도 저건 왜 저러나 싶은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가 많다. 그건 소니 픽처스가 자신들이 캐릭터 판권을 보유한 스파이더맨 라인업 - 샘 레이미 3 부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 스파이더-버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마블과 협업한 최근의 [노웨이 홈],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판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등... -에 대해선 품질 관리가 철두철미한 것에 반해 자연스럽게 결부된 베놈 사가 등의 품질 관리가 엉성했냐는 것이다.

톰 하디라는 준수한 연기자를 기용하고도 그냥 그런 1편을 만들었던 이후 쿠키까지 박아놓고, 우디 해럴슨을 기용해 '내학살'!) 캐릭터 카니지를 등장시킨 최근작에선 여전히 시시한 결과물을 만들었는지는 도통 수수께끼란 말이다. 우디 해럴슨이 제정신이 아닌 연쇄살인의 아이콘이라는 점은 내 세대 영화팬들에겐 자연스럽게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극 중에서 '미키와 맬러리'로 대변되는 미국 사회의 문제적 연쇄살인 커플이자 대중적 인기스타를 연기했는데, [베놈 : 렛 더...] 속 감옥의 커플을 보면 아무래도 이 연관을 의도적으로 짓기 위해 설정했다는 생각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작품은 근친살해 모티브까지 가져온 이 흉축한 캐릭터 탄생의 기원은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 스케치할 뿐이거니와 안티 히어로물(..?) 시리즈의 강적이라는 설정의 매력 부분에도 닿지 못한다. 원래 1편부터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외계의 심비오트 생명체 베놈과 에디 브록(톰 하디 분)의 듀오의 매력은 여전히 업그레이드되지 않았고, 그저 BL의 코드를 살며시 따온 우스개 취급을 스스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실상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앤디 서키스의 함량 부족이 그 탓일지도. 골룸으로 대표되는 한 연기자 인생의 캐릭터성이 지닌 이중적인 매혹에 비한다면, 뇌 먹고 싶고 초콜릿 먹고파 징징 투정부리는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샘 레이미 시절의 [스파이더맨 3]에 무리하게 투입되었던 베놈의 흑표범 같은 모션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높은 데시벨의 음파에 약점이라는 캐릭터의 프로필은 음 어쩌라고...?라는 생각만 품게 할 뿐.

이번에도 여전히 후속편을 향한 농사도, 쿠키를 넘어 아예 [노웨이 홈]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마블-소니 사이의 행복한 비전까지 심는 듯하지만, 어쨌거나 못 만들고 부족한 작품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를 통해 새 시대의 액션 아이콘의 신호탄을 쏴 올린 톰 하디에게 왜 이런 시련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근사하게 흉측한 붉은 카니지의 육체까지도 스파이더맨 관련 서사를 아는 이들에게 1시간 30분 남짓한 낭비로만 비춰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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