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빅나인고고클럽의 3,4월을 위한 글들 (1) - 유대해, johnahasabigmouth, 팁시 본문
빅나인고고클럽이 자년 연말부터 절치부심하여 여러 고민을 반명하고 있습니다. 올해 첫 목록에 저는 유대해, johnahasabigmouth, 탑시의 음반과 싱글 등에 멘트를 보탰습니다.
유대해 EP 《테이크온》
청춘.죽음.천국... 이처럼 강렬하고 서로 대비되는 2음절의 한글 단어의 조합이 인상적인 밴드. 수록된 곡들을 들으면 알겠지만, 삶의 여러 면면을 한데 포괄한 이들의 밴드명처럼 음악 자체가 포크록에서 시작해 얼터너티브 메탈에까지 근접하는 출력의 에너지와 3인조 밴드가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움을 들려준다. 언급한 포크를 비롯해 메탈에까지 육박하는 이런저런 이면에 밴드의 현재와 함께 앞으로의 행보를 자연히 기대하게 된다. 록 씬에서 뭔가 하나라도 등장해 발산하길 바랐던 이들에겐 반가운 존재일 듯. 수록곡 중 <살모사>는 이런 기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데, 똬리 틀며 연신 움직이는 파충류의 몸짓 같은 기타의 스트로크, 탄력 있게 들쑥날쑥 하는 베이스 슬랩 연주엔 바로 이들의 라이브 무대를 향한 기대를 만든다. 잔혹한 소시오패스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피학대를 자처하는 화자를 대변하는 다채로운 사운드 메이킹이 도드라진다. 이에 반해 후반부는 얌전한(?) 포크 넘버들이 주된 배치를 보여주는데, 더욱 다채로운 것을 들려줄 수 있을 밴드라는 믿음이 갔기에 향후 발매할 작품을 미리 기대해본다.
johnhasabigmouth 《self trial》
떠다니는 버블 같은 사운드가 층을 유지하고, 기저엔 치열하게 움직이는 비트가 쉼 없이 움직인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길 내뱉는다. 부산하고 정신 사나운 것이 아닌, 그저 짐작일 뿐이지만 외향성보단 내향성이 강할 듯한 음악인의 다짐과 자기 성찰을 음악을 빌려 토로하고 있다. 들끓는 톤의 고백이 아닌 읊조림 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불특정의 누군가에게 꾸준히 지속해서 보낸 신호 같이 들리기도.
팁시 《하루일기》
절뚝거리는 곡의 대목과 다소 울적한 느루(윤형석)의 목소리, 여기에 은근히 듣는 이의 심산을 흔드는 전현식의 기타까지 들으니 지난 작품 《복숭아》의 과즙 향과는 아무래도 다른 곡임을 깨닫게 한다. 하루를 매듭하고, 그 당시를 회고하는 습관의 사람이 가진 언어에서 밝고 청명함만을 바라는 것은 분명 무리일 것이다. 자기성찰과 쓰라린 반영이 깃든 서정적인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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