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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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더 랍스터]

trex 2022. 6. 11. 09:17

사랑의 단짝,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배우자를 찾아주는 호텔이 있다. 커플 메이킹 서비스가 자리 잡은 현대 사회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시점과 손길로 설계하면 어떻게 불길한 기류가 조성되어 만들어질까. 45일 만에 커플이 되지 못한 이는 그가 원하는 동물이 되고, 이 커플링 미션에 참여하지 않은 외톨이 그룹원을 마취총으로 사냥하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하루 추가된다. 호텔에 숙식하는 기간 동안엔 안정된 식사가 제공되고, 성관계에 준하는 터치를 받거나 교육을 받거나 이성 간의 댄스와 서로 간의 호감을 표할 수 있다. 직접적인 섹스나 자위행위는 금지되고...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에서의 사냠총, 돼지를 흉내 내는 춤, 그리고 [킬링 디어]에 일관되게 자리한 불길한 기운 등을 생각하면 [더 랍스터]는 내게 생각보다 세게 내리치는 작품이었다. 연인과 새로운 만남을 갈구하는 남자의 모색 정도를 생각했다가 본 작품은 더욱 불편하기도 하고 한결 슬픈 작품이었다. 눈을 찌를까 말까 주저하는 포크와 자신의 짝이라고 믿었던 여자에게 돌아오지 않는 남자의 판단과 암전은 그리스 출신 감독이 이성애 중심의 안전된 서구 사회에 대한 환상을 훼손하기 위해 발휘한 무서운 심술로 보일 정도였으니.

흐느적거리며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맞춰추는 춤, 원만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결합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의 코를 자해하는 젊은이, 그런 과정을 위해 파트너의 형이었던 동물을 발로 밟아 살해한 여자, 그리고 그로 인한 상대의 대갚음. 여로모로 가차 없고, 인자함이란 없다. 아... 감독 양반 이런 사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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