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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콜럼버스]

trex 2022. 6. 12. 13:07

모던 건축학의 메카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을 두루두루 살펴보는 남녀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담배를 피기도 하고, 서로의 흠집이 난 일상 등의 이야기로 서로 간의 시시콜콜 교감을 나누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 - 그는 최근 잔잔하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애프터 양]의 감독이기도 하다 -은 존 조와 헤일리 루 리차드슨, 두 배우를 조용한 콜럼버스 교정에서 상호 간의 교감의 짝으로 내세운다. 둘 사이엔 우리가 흔히들 연애 감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묘한 선을 그리기도 하는데, 예상하겠지만 거기까지 넘어가진 않는다.

악수와 포옹으로 대변되는, 소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깔끔하고 건강한 매듭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전에 관람한 [드라이브 마이 카] 속 남녀의 이야기도 연상되기도 했다. 존 조는 아버지와의 화해되지 않는 감정의 문제, 헤일리 쪽은 다음 일상으로의 진일보와 어쩌면 그걸 벽으로 막은 것이지도 모를 어머니에 대한 걱정의 문제로 서로 각자의 마음결에 흠집이 나있는 상태다.

이들이 택하는 생의 방향과 그들 부모 세대에 대한 판단은 얼룩진 상태인데, 그들 주변에 존재하던 이곳의 숱한 비대칭의 건축물들은 모던한 미학과 투명한 창을 통해 한결 치유력을 발휘한다. 한결 정돈된 마음을 안게 하는 대화와 여러 정경들로 인해 철없던 시절에 상대를 품었던 순정한 마음, 유보하던 결정을 위한 발산과 이름모를 춤 같은 도발이 이뤄지고 앞과는 다른 지금의 삶을 다짐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에 있는 사람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던 존 조의 복잡한 심경과 표정은 조금이나마 풀렸으려나, 스마트폰 없이도 나이 든 핸드폰을 쓰던 헤일리의 진학과 새로운 행로는 순탄할까나.

삶의 순간, 우연한 경로로 만난 이들간의 교감. 그것을 사려 깊고 차분하게 담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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