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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trex 2022. 7. 12. 11:17

이렇게 쥬라기 공원의 3부작, 쥬라기 월드의 3부작이 이렇게 장대하게 막을 내렸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극 중에서 심심찮게 쥬라기의 백악기 고생물학의 역사를 언급하긴 하더라. 물론 적지 않은 관객들의 불만은 작품이 메뚜기 월드냐는 식의 비아냥에 기인한다. 30여 년의 역사와 함께 했던 존 윌리엄스의 테마를 곳곳에 살리는 마이클 지아키노의 음악도 나름 준수하고, 콜린 트러보로의 연출도 제 역할을 한다. 공원 3부작의 주역이었던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이 월드 3부작의 젊은이들과 더불어 고군분투하는 것도 나름 좋았거니와 그들이 여전히 스필버그식 서스펜스 안에서 차량과 구조물 안에서 위기와 봉쇄를 이기는 방식도 익숙해서 좋았다.

반면 이런 인물과 연출에 배치에 이어 악당은 어떠한가. 극중 바이오신 대표는 복장이나 스타일이 대놓고 팀 쿡 스타일이다. 그는 [블랙 미러], [엑스 마키나] 등에서 테크 기업 수장들이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장악의 흑작으로 악당식으로 묘사된 요즘의 흔한 경향을 반영하는 듯하다. 메뚜기와 관련해서는 거대 기업의 식량산업의 일종의 무기라는 점에서 최근 외신 속 러시아에 의해 활활 타는 우크라이나의 밀밭도 떠오르고 은근히 심난하다. 

마지막으로 시리즈의 영원한 스타들, 공룡의 묘사는 어쨌거나 한결 개선되었다. 애플 TV의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 [공룡이 지배했던 시대]가 보여준 CG에 견줄만한 성취급을 보여준다. 최근 고생물학 이론을 반영하듯 옅게라도 모성애로 대변되는 공룡들의 상호 관계나 털과 깃털이 흩날리는 외형 묘사는 한결 나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슈퍼 스타 T-렉스에겐 차마 털을 달지 못하는 소심함에서 한 발자국 과감하게 나가진 못했어도. 덧붙여 독침을 뱉는지 아닌지 확인도 불가능한 딜로포사우르스에 대한 묘사 등은 여전히 대중 취향의 관습에서 못 벗어났다.

이 거대한 지구 안에서 인간은 구성원 중 하나로서 겸허한 태도로 다른 생명체와 공생해야 한다는 교훈은 예상 가능한 결론이다. 새삼 소설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였던 고 마이클 크라이튼이 새삼 떠올랐다. 어쨌거나 한때 청소년 시절의 SF 바이블이 이렇게 일단락을 내리는구나 하는 묘한 감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스필버그가 이 시리즈의 탄생을 통해 일궈낸 성취와 영향력을 생각하면 제법 뭉클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본작이 그 뭉클함에 닿을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이겠지. 다큐가 아닌 서사극 안에서 움직이는 거대 수각류의 몸짓엔 나 같은 영상 바보들에겐 혹할 구석이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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