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애프터 양] 본문

영화보고감상정리

[애프터 양]

trex 2022. 8. 3. 12:01

코고나다 감독의 두 작품 [콜럼버스]과 [애프터 양]에 출연했던 두 배우 존 조와 콜린 파렐은 우연일 뿐이지만 두 사람 모두 렌 와이즈먼 버전의 [토탈 리콜]에 등장한다. 둘은 이 폴 베호벤 감독의 리메이크작 안에서 기억  시술소 안에서 난투극과 총격을 나누는 악연을 맺는데, 기억과 메모리라는 점에서 [애프터 양]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을 맺는다. 인문학에서 흔히들 언급하는 포스트 휴먼이라는 테마 면에서 양의 존재는 낯설지 않다. 용량이 허락하는 선에서 그는 기억을 저장하고 -은하수의 수많은 빛나는 별 같은 메모리의 입자 바다들이 마치 폴더 별로 그걸 저장하고 재생한다. save와 load => playing의 익숙한 프로세스. 게다가 그는 정식 출시가 아닌, 바교적 저렴하게 시장에서 취급되는 리퍼 제품인 모양이다.

문제는 양의 존재가 주인공 가족에겐 그야말로 인간 가족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점이고, 양의 설정이나 이른바 그의 인성이나 '인간됨'은 여러 면에서 섬세하고 독자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여동생에게 (마치 코고나다 감독의 제작 의도를 반영하듯)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사려 깊게 전달하는데 있어 자신이 휀손되고 손질하기 전까지 꾸준히 주력해온다. 그가 들려주는 가르침은 마치 나무의 비유하는 가족과 생명의 연계로 표현된다. 장자 같은 동북아시아 정신적 스승들이 언급한 호접몽의 대목을 말하거나, 차를 음미하고 배우는 의미를 묻는 그 자신의 탐구욕 등은 양이 한 개인으로서 기계가 아닌 독자적인 개별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한번쯤은 인간이길 욕망하지 않았을까요? 되묻는 질문에 대해 그와 생전에 특별한 교감을 나눈 이가 '그건  지나치게 인간 위주의 입장이 아닐까요? 답하는 것은 차분하고, 묵직한 명제로 들린다. 우린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온 터미네이터 리부트들과 인공지능의 복수와 반란의 서사극을 봐 왔다. [애니 매트릭스]와 [로보캅] 류의 리메이크, [엑스 마키나]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아트 하우스의 본산지를 자처하는 A24의 본작은 지나치게 버겁지 않게 SF의 몫을 충실히 전달한다. 우린 때론 필요 이상의 과신과 확신으로 세상과 여러 현상의 가능성을 협소하게 봤을지도 모른다고. 

+ [랍스터]를 시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콜린 파렐이 그만 결혼 관계의 불확실성에 널부러진 연약한 이의 아이콘으로 보이고 말았다. [더 배트맨]에서의 모습은 어느새인가 잊힌 거지.

'영화보고감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드웨이]  (0) 2022.08.04
[그레이 맨]  (0) 2022.07.25
[스파이 지니어스]  (0) 202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