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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그레이 맨]

trex 2022. 7. 25. 13:41

앤서니 루소, 조 루소 형제가 [윈터 솔저]를 필두로 [시빌 워], [인피니트 워], [엔드 게임] 등을 통해 MCU 역사와 시장에서의 액션 장르에 재미를 부여한 것은 어쨌거나 나름의 기정사실이다. 둘의 제작이나 각본 작업이 반영된 [익스트랙션]  같은 작품이 넷플릭스 같은 OTT 계에 실속 있는 볼거리를 준 맥락은 현재의 [그레이 맨]에 닿은 듯하다. 크리스 헴스워스에 이어 크리스 에반스의 캐스팅을 통해 시청자에게 자연스러운 연상을 유도했거니와, 여기에 라이언 고슬링 같이 나름 짝패에 어울리는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신작을 내놓았다. 

실상 세계 유수의 도시에서 시민들의 민폐를 감수하면서, 사방팔방에 총격씬은 물론 카체이싱 등의 부수적인 파괴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최근 [킬러의 보디가드] 1,2편 같은 작품들의 도덕적 둔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시에라 식스' 같은 듣기엔 그냥 그럴싸한 코드 네임은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사한 톤의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연상하게 한다. 정부의 필요한 편의에 의해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 살상 기계가 막판엔 자의에 의한 생의 반전과 오만한 이들을 향한 뒤통수를 갈긴다는 내러티브는 그냥 그런 수준의 쾌감을 안겨준다. (회색 지대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레이 맨이라는 호명은 소설가 최인훈의 작품 [광장]을 살짝 생각나게도 하지만)

사이코패스 요원에 크리스 에반스와 여러 개체에 대해 최소 수준의 예의를 가진 라이언 고슬링의 대결 구도는 사소한 재미는 주지만, 우린 이미 오우삼이 만들었던 [첩혈쌍웅], [페이스 오프] 같은 전례를 진작에 90년대에 경험했었고 그저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여전히 훌륭하게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이어 액션을 소화한다는 만족감 정도만 느낄 뿐이다. 어쨌거나 [언차티드],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도 그렇고 액션 장르 속에서 항공기들은 펑펑 터지며 추락하면서 등장인물들에게 위기라는 양념을 주는구려. 

한편 루소 형제의 성취가 좋았던 작품은 넷플릭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블에 의한 것임을 보면, 하나의 장르물을 만들 때는 연출자의 기본적인 소양은 물론 여러 형태의 조력이 넉넉히 받춰져야 한다는 순리를 깨닫게 한다. 넉넉한 예산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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