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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카터]

trex 2022. 8. 8. 13:08

수년 전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를 본 것을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와 극화식의 서사를 믹스한 그 작품에 나름 감독의 비전에 대한 원형이 있었다고 깨닫는다. 훗날 나온 [악녀]의 바이크 체이싱 액션이 할리우드 산 [존 윅 3 : 파라벨룸]에서 오마주의 대상이 된 것을 생각하면, 정병길 감독이 서울 액션스쿨 시절부터 헌신적으로 공들여 만든 여정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실감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카터]는 그의 노선에 대한 일종의 최종 결실이나 결정판의 역할을 하는 듯하다. 

최근 대개의 영상물에서 열심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드론 캠을 바탕으로 흡사 FPS 게임의 시점으로 숨 가쁘게 오고 가는 롱 케이크 기법의 휘황찬란한 진행은 [하드코어 헨리] 등의 전례에 분명 영향을 받았으리라. 여기에 타란티노의 [킬 빌]에 버금가게 도륙당하는 야쿠자들의 피칠갑은 넷플릭스의 예산과 자율성으로 해방감을 얻는 창작자의 활기가 느껴진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플러스로 본가를 옮긴 [데어데블]이  [올드보이]로부터 받는 영감을 노출했던 에피소드를 다시 역수입한 듯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에 아쉽게도 무리한 대목도 보이는데, 물리법칙의 몸짓을 때론 무시한 덕에 추락하며 낙상할지도 모를 소녀를 낚는 주인공의 반사 신경엔 와이어 액션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점 등 때론 실소를 낳는 대목들이 있다. 이런 장면에 등장하는 바이크와 헬기들이 제각각 폭발과 CG를 통한 F/X로 추풍낙엽처럼 퇴장할 때 어쩔 수 없이 근심스러워진다. 게임 세대를 위한 보기의 재미는 이해하겠으나, 훽훽 정신없이 지나가는 이 액션 라이브러리엔 질량감이나 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햇볕정책 이후 한국영화 안에서의 남북에 대한 묘사는 대체로 '둘이 대립해서 싸우면 뭐하겠어요. 두 노선 모두 힘을 합치자구요.' 쪽으로 수렴되는 모양이다. [강철비] 시리즈에서부터 최근의 [공작], [야차]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미중일 3대 강국의 위세에 기죽지 말고 우리들의 자구적인 체력으로 힘을 합쳐 시국을 이겨내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화법을 위해 [카터]는 CIA 등이 등장하는 첩보극의 형태와 더불어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국제적 재난의 창궐을 빌어 이야기를 엮어간다. 그 덕분에  남북의 단합을 균열의 행태로 방해하는 악역의 등장은 어색한 대사 처리로 보이기도 하고(이성재 배우), 한편으론 부부의 구성이라는 위기탈출의 형식은 류승완 감독의 필모 [베를린]을 연상케도 한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기억을 잃은 살인 기계의 중횡무진 액션 서사라는 점에서 [카터]는 본 시리즈의 형제 격이기도 하다. 관객에 따라선 이런 나의 정리가 흡족하지 않겠거니와 작품은 폭파가 예견된 열차의 내러티브를 떡밥으로 나름의 속편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게 진심이라면 한번 기대를 품고 응원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끄덕하기엔 솔직히 무리겠으나... 각시탈 갑자기 쓰고 등장해 활약해도 어색하지 않을 배우 주원의 피지컬 관리는 인상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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