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프레이] 본문
VHS 시절 비디오 대여 목록을 점주에게 큰 고려 없이 받아 보던 선친도 내용에 매료되어 본 타이틀이 있었으니 존 맥티아난 감독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프레데터] 1편이었다. 남미의 세력을 무진장 강한 총구와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재수 없는' 미국 하드 바디 군인들이 등장하고, 이 강하다고 잘난 체하던 인간들을 하나둘 사냥하듯 도륙하던 외계에서 온 정글 헌터 프레데터에 대한 이야기. 소년 시절 내게도 매력적인 액션 영화였다.
자연스럽게 내니 글로버가 출연한 - 사실상 아놀드에 비하면 약한 매력도의 캐스팅이긴 했다 - 2편도 대여해서 시청할 수 있었는데, 드레드 헤어의 도심 속 마약 집단과 갱단이 1편의 군인에 이어 수가 더 늘어난 프레데터들의 사냥감이었고, 시리즈는 21세기 폭스의 잔잔한 밥줄이 되기에 이른다. 이후 나온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의 낮은 완성도와 프레데터 단독 시리즈의 아슬아슬한 성취와 하락세로 인해 이 변종 코스믹 호러물의 앞길은 알 수 없게 되었다.
디즈니 플러스/HULU 를 통해 제공되는 이 [프레이]([클로버필드 10번지]의 감독 댄 트라첸버그가 연출)는 그토록 흐릿했던 시리즈의 행보를 나름 밝혀주는 일종의 청신호다. '사냥하는 자'를 의미한 제목 프레데터의 위치를 '사냥당하는 자'를 의미하는 [프레이 pray]로 옮긴 짓궂음에서부터 작품은 자신이 계보의 적정 자라는 것을 자임하는 듯하다. 아메리카 원주민 코만치 부족 소녀가 영리한 사냥꾼으로서 이 연대기의 장을 다시금 열었다는 점에서 나름 요즘 시기의 흐름과도 유연하게 맞는 구석이 있고, 시리즈 2편의 짧은 떡밥 중 하나인 18세기 초 타입의 머스켓 권총이라는 오브제와도 연계해 관객에게 흥미를 심기도 하다.
신체의 유골과 벗겨진 살점 등의 고어한 요소로 정평이 났던 8,90년대의 오리지널리티(?) 덕에 어떻게 디즈니 플러스에서 통할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는데, 성인을 위한 모털 컴뱃식 오락물로서의 기조는 버리지 않아 안도했다. 나름 원주민 학살과 사냥으로 대표되는 백인들에 관한 역사물이라 프레데터의 캐릭터를 빌려 일종의 살풀이는 해준 셈이기도? 최근 여러 영상 매체에서 도드라지는 성역할의 고정에 대한 반발과 이도이라는 특면에서 여전히 이 나라 저 나라 남성 향유자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그거야 당신들 사정이고... 주인공 나루가 던지는 도끼나 잘 피할 일이다.
프레데터 하면 떠올릴 못생긴 정면 얼굴, 사냥감에서 취득한 여러 수집품, 하이퍼 테크놀러지를 통한 은닉 기술, 3개의 붉은 점으로 대표되는 타깃 포인트 등 시리즈를 통해 누적되었을 익숙한 기억이 지금도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을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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