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지난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앨범들.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지난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앨범들.

trex 2010. 2. 6. 14:54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0888


사기스 시로(Sagisu Shiro)『신세기 에반게리온 파(破) O.S.T』(2CD 스페셜 에디션) 
아인스 M&M / 09년 12월 발매


97년 극장판의 부제는 [Air : 진심을 너에게]였다. 안노 히데야키가 객석을 메운 청년들에게 전하려는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LCL 용액 안에서 용해된 인류의 아수라장을 비춰주다 일순 실사의 객석을 비춰주고 바깥의 햇살을 보여준다. 안노 히데야키는 그렇게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몰아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총제작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그때의 청년들을 다시 모을 구경거리의 장관을 다시 조합하였다. 붉은 바다가 출렁이고 2호기가 뿔을 달고 지상에 내려앉고, 마침내 초호기가... 그리고 강림하는 그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뱉는 아연질색할 광경을. 사기스 시로의 음악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에 못지 않은 씩씩함과 스케일을 자랑하며 본 극장판 2씬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나 오리지널 디스크가 아닌 2디스크의 '대안 넘버'들이 그런 성격이 강한 편인데, 원곡들과 비교하며 차별의 포인트를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말랑한 분위기에선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의 트랙을 다시 소환하는(재녹음) 재치도 있지만, 역시나 핵을 이루는 것은 점점 고조되는 위기감의 사운드트랙과 하야시바라 메구미의 절망적인 보컬 실력이다.(웃음) 아 그리고 엔딩롤에 흐르던 우타다 히카루의 「Beautiful World」신 버전은 이 앨범엔 없다.



Te'(테) 『まして、心と五感が一致するなら全て最上の『音樂』に變ずる(하물며, 마음과 오감이 일치한다면 모두 최고의 『음악』으로 바뀐다.)』 
로엔엔터테인먼트 | 에스텔라 / 09년 12월 발매


변덕스러운 박자와 구성,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타, 지배력을 발산하는 드럼, 이 모든 것을 총화하여 꿈꾸듯 흐르다 일순 휘몰아치는 포스트 락이라는 이름의 풍경화. 이 풍경화를 그려낸 화백 Te'의 정규 3집이 뒤죽박죽 라인업을 예고하며 일착으로 국내에 발매되었다. 가사가 없는 대신 숨 넘어가게 읽어야 하는 개별곡의 제목들을 가지고 있으며, 잡히지 않는 유영의 몸짓으로 런닝 타임을 가득하게 채운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것이며 누군가는 격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거창하게 음악이라는 명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것은 학술지가 아니라 실습과 실연이다. 청자들은 각기 다른 우주를 만날테고 이탈된 이들은 그냥 현실에 부착될 듯 하다. 아무래도 당분간 이런 식의 사운드들이 이 나라에서도 뚜렷한 줄기를 형성할 듯 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Come on & Get Up!』 
미러볼뮤직 / 09년 12월 발매


당사자들에겐 곤혹스러운 일이겠지만 지난 앨범은 사운드가 눅눅하고 먹먹하게 들렸다면, 이번 앨범은 말끔해서 듣는 이들의 툴툴거림을 들을 팔자다. 라이브의 정평에 反하는 이 곤란함과 호소의 감상평은 이 밴드가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인 듯 하다. 당장에 들리는 것은 여전한 그들의 경향성이다. 그 경향에서 좀더 대중적 터치가 가해졌다. 「홀로 이렇게」는 광포한 분노보다는 공감의 영역에 가까운 격정 넘버다. 거기에 이어지는 「가요(Original by EE)」의 후반부는 꽤나 뭉클한 구석마저 있다. 방향성 없는 방황에 대한 토로와 발산이 '우린 어디로 가요'라는 가사와 만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기존 경향과 이질감없이 조우된 것이리라.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사이키델릭의 드넓은 핵으로 유도하기 보다는 EP의 모양새에 어울리게 짧게 먹이고 넘어간다. 한번 가다듬고 가는 행보이지만 오히려 다음이 더 중요해져 버렸다.



아폴로18 『0.5(The Violet Album)』   
로엔엔터테인먼트 | 에스텔라 / 10년 01월 발매


그래 다음엔 뭘 보여줄래? 다들 은근히들 벼르고 있었을 듯 하다. 게다가 이번 부클릿엔 UFO로 추정되는 오브젝트 대신 거무튀튀한 숲속이 바삭 마르게 자리잡고 있다. 신비화와 광대함/광포함이 순서대로 주조를 이루던 전작들과 달리 Violet에 담긴 내용물은 오밀조밀한 조합과 날이 덜 서있으되 좀더 계산적이 된 구성이 두드러진다. 기존의 예상 공식이었던 Red와 Blue 사이의 접점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명확한 의도에 가까워진 듯 하다. 만든 이들의 속내야 알 길은 없지만서도 '0.5'라는 타이틀 역시 '1'이라는 고착된 정체성 규정을 경계한 뉘앙스가 강하다. 아마 이렇게 손가는대로 모색하고 즐기고 싶은 듯 하다. 근간의 아폴로18을 둘러싼 입소문과 호응의 분위기 속엔 예측불허의 행보를 내딛는 창작자와 이를 흥미롭게 봐주는 청자간의 기분좋은 관대함과 공조가 내재된 듯 하다.



소녀시대 2집『Oh!』   
S.M.Entertainment / 10년 01월 발매


소녀들은 1집에서 '소원을 말해요 내가 들어줄게'/'나 소원이 있죠 나의 사랑 영원하게 해줘요'(「Honey(소원)」)라고 말하는 관대한 여자친구이자 소망의 눈망울을 굴리는 여자친구였었다. 2번째 미니앨범에서는 '소원을 말해봐 네 마음 속에 있는 작은 꿈을...'(「소원을 말해봐」)이라고 말하며 여신을 운운하는 요정들이기도 하였다. 이 환타지에서 튀어나온 9인조는 '나의 소원이 되어준 나의 믿음이 되어준 너와'(「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Forever)」)라며 차분하게 지상에 안착해 소망을 비는 소녀들이 되었다. 「다시 만난 세계」도 결국엔 환타지였지만, 힘을 고양시키는 포션 쯤은 되었다. 「Gee」는 근사한 트랙이었다. 그 근사함만큼 소녀시대를 대중에게 가장 확실히 인지시킬 수 있는 방법론의 모범답안이자 감옥이 된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Oh!」가 전작이었던 「Gee」, 「소원을 말해봐」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Oh!」가 「Show! Show! Show!」보다 쳐지든 앞서든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제자리 또는 몇몇 근심의 기미가 보이는 2집의 면면 앞에서 내가 무슨 말을 더? "「좋은 일만 생각하기(Day by Day]」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정도 언급 정도?

[20100206]